복잡한 심경을 다잡기 위해 지인이 있는 애리조나로 향했던 이승엽(27)은 23일(한국시간) ‘영원한 사부’ 삼성의 박흥식 코치(41)에게 전화를 걸어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처음으로 입밖에 꺼냈다.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가서 협상을 벌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갖고 지난 18일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아버지 이춘광씨에게 “멋진 소식 전해주겠다”며 분위기를 띄었던 이승엽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국민타자’의 이상과 현실을 직접 보고 느낀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세계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뒤 박 코치에게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겠다’는 하기 힘든 말을 꺼냈다.
‘바람 쐬러 간다’며 갑자기 떠난 미국행에서 1차 면담 상대인 시애틀로부터 기대 이하의 몸값을 제시받고 LA 다저스행에 희망을 걸었던 이승엽. 그러나 다저스측에서 제시한 조건이 또 다시 기대치를 밑돌자 이승엽은 ‘국민타자’라는 명분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승엽의 미국 행보와 그로 인해 불거졌던 다양한 소문들, 이승엽의 ‘절망’을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삼성의 반응, 그리고 차선책으로 대두된 일본 진출에 대한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의 의견 등을 살펴본다.
이승엽이 LA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접촉한 곳은 시애틀이었다. 그러나 시애틀을 방문하고 LA로 옮겨가자 국내 언론에는 시애틀에서 이승엽한테 연봉 45만달러를 제시했다는 쇼킹한 내용의 뉴스가 흘러 나왔다. 소문의 근원지로 지목받은 사람은 시애틀의 스카우터이자 전 OB 감독인 이재우씨. 즉 이씨가 이승엽과의 미팅 후 평소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삼성의 박흥식 코치한테 몸값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국내 언론에 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우씨와 박흥식 코치는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도 시애틀에서 이승엽의 몸값으로 얼마를 제시했는지 모른다. 단장과 에이전트 외에는 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구단 사정상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는 힘들고 1년간은 마이너리그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코치도 이승엽이 미국으로 떠난 후 이씨와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단순히 이승엽의 편의를 부탁하는 차원이었지 선수의 몸값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승엽은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 때마다 메이저리그행의 하한선을 연봉 1백만∼1백50만달러라고 말해왔다. 그 밑으로는 ‘국민타자’의 자존심과 명예에 누가 된다며 그럴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승엽이 지난 22일 LA 다저스와의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실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다저스측에서 제시한 몸값이 자신의 기준인 ‘하한선’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시애틀처럼 1년간 ‘마이너리그 수업’을 제의했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에이전트인 존킴은 구체적인 내용을 비밀에 부친 채 다저스측의 제시안을 일부 수정해서 25일(한국시간) 다시 다저스측에 제출했다.
LA 다저스는 현재 3주 이내에 구단 매각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구단주는 물론이고 사장, 단장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승엽으로선 협상을 진행하는데 여간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승엽의 메이저리그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벌써부터 이승엽이 삼성에 잔류할 경우를 대비한 추측성 몸값을 여론에 흘리면서 이승엽을 붙잡기 위한 엄청난 ‘당근책’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현재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길 꺼려했지만 사이닝 보너스(계약금)를 제외한 연봉만 10억원을 상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계약금을 포함하면 삼성에서 원하는 4년 계약에 60억∼80억원의 엄청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처음부터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반대했던 박흥식 코치는 “선수가 느낄 실망감은 엄청나겠지만 과감하게 미련을 버렸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시애틀과 계약했더라면 1.5군밖에 안되는 처지였다. 게임 출장도 힘든 그런 환경에서 1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리란 보장이 없질 않나. 차라리 이렇게 된 게 천만다행”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도 박 코치의 생각과 비슷한 입장이다. “승엽이가 큰물에서 야구해보길 원했는데 억지로 일을 성사시키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낫다. 귀국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보살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이승엽의 일본행에 대해서는 성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로 못박았다. 처음부터 일본행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진출 자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일본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거나 이승엽의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시해온 팀이 한군데도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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