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홍콩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욕정(樹欲靜)이나 풍부지(風不止)다”(나무는 고요하길 원하나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대신한 적이 있다. 자신(나무)은 대권 도전에 뜻이 없지만 바람(대권 도전을 요구하는 안팎의 목소리)이 거세게 불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고 전 총리는 겉으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이 바람이 싫은 듯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그 바람이 강하게 불기를 바랄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일화는 고 전 총리가 얼마나 바람이 불어주기를 강렬하게 열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고 전 총리는 37세에 전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교통부 장관을 거쳐 농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하다가 갑자기 ‘백수’가 된 적이 있었다. 그의 나이 47세 때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얼마나 상심했던지 기자들 앞에서 눈물까지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혹자는 그런 고 전 총리의 모습을 보고 ‘권력의 금단현상의 표출’이라고까지 해석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무엇이 가장 서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관이 되면 집에 청와대와의 직통 전화가 가설된다. 장관을 그만두면 그 날로 떼어간다”라는 말을 꺼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30대부터 권력의 주변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권력의 생리를 잘 안다. 그리고 그 향수를 쉽게 잊지도 못할 것이다. 그에게 대권 도전은 시기의 문제이지 ‘예스 노’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청와대 핫라인 떼어가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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