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대제 정통부 장관(왼쪽), 오거돈 해수부 장관 | ||
여권에서 장관들의 출마를 ‘종용’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경험과 전국적인 지명도 때문이다. 또한 세 번에 걸친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보다는 관료 출신 인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민심 경향도 한몫 거든다. 이런 점들 때문에 여권에서는 장관 출신 인사들을 내세워 정당지지도가 낮은 지역에서 인물 대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장관 출신이 출마한다고 해서 당선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징발된 장관들은 지난 17대 총선과 달리 ‘대통령 탄핵 역풍’이라는 호재도 없이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속에서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이들 4명 중 과연 몇 명이나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징발’ 장관들의 경쟁력을 미리 점검해본다.
먼저 경기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진대제 장관의 경우. 진 장관은 그 동안 공식적으로 출마를 부인해왔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도를 보여왔다. 또한 고향이 경남 의령인 진 장관은 경기도에 특별한 연고나 인맥이 없어 외견상 불리해 보인다.
최근 경기도 지역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시사저널>은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진 장관의 가상대결에서 진 장관이 30.2%의 지지를 얻어 47.6%의 김 의원보다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가상대결과 당선가능성에 대해 응답자들의 30%대가 부동층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진 장관이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에 따르면 정당지지도 역시 더블스코어의 차이로 열린우리당이 불리하지만 ‘인물론’으로 충분히 승부를 겨룰 만하다는 것.
여당은 먼저 진 장관이 ‘성공한 삼성 CEO’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명박 서울시장처럼 성공한 CEO 출신 도지사가 필요하다”는 지역여론과 경기 남부지역인 수원 화성 기흥에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는 점이 진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남부지역은 경기도 인구의 상당수가 밀집해 있어 진 장관에게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진 장관에게 불리한 점도 있다. 먼저 장관 취임 당시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의 병역문제가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진 장관 측은 “아들은 곧 입대할 예정이고 다른 의혹들은 당시 혹독하게 검증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응.
또한 진 장관의 최근 행보도 그다지 유리하지만은 않다. 정치권에서 이미 진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음에도 정작 본인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점 때문이다. 진 장관 측이 최근 사실상 출마의사를 밝히면서도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일 수도 있다”며 서울시장 자리를 기웃거린 점 등을 경기도 민심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미지수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는 지난해 장관으로 기용된 이유 자체가 ‘지방선거에 대비한 경력관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미 예상됐던 출마다. 오 장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난 74년부터 내무부(현 행정자치부)와 부산시청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다. 2000년부터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을 연이어 맡았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자살한 2004년에는 안 전 시장의 빈자리를 맡아 시장권한대행까지 역임했다. 그런 까닭에 부산의 관가에서 오 장관의 인맥도 탄탄한 편이다.
오 장관은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부산시청에서 지낸 관료 출신의 현 허남식 부산시장과 맞붙었으나 득표율 37.7%에 그쳐 62.3%를 얻은 허 시장에게 패했다. 한나라당 텃밭에서 여당 간판의 ‘한계’를 드러냈던 셈이다.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윤원호 의원 측은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 중앙 차원의 지원을 보장해줄 오 장관이 적격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부산의 정당지지도가 오 장관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의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바로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부산 중진 의원들 간의 견제와 이탈이다. YS 이후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는 가운데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이 부산시장이 된다면 이 지역의 ‘맹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 그런 까닭에 이 지역 중진 의원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보이지 않는 균형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번에 출마를 선언한 권철현 의원은 배수진을 친 상태고 마찬가지로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허 시장도 재도전 의사가 분명해 이들 중 경선에서 패한 누군가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다면 오 장관이 어부지리로 ‘기적’을 일으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이재용 환경부 장관(왼쪽), 오영교 행자부 장관 | ||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장과 국정운영 경험, 시민단체 활동 등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개혁성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이 장관이 정책과 인물로 호소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2004년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해 낙선했으나 33%를 득표했고 2002년 지방선거 때는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조해녕 현 시장에게 패했지만 38%라는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의 ‘낙선자 챙기기’ ‘시장 출마 경력 관리용’으로 입각한 것이 오히려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노무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는 대구 민심이 정권으로부터 일종의 ‘특혜’를 받은 이 장관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편 한나라당에서는 ‘공천=당선’이었던 이 곳에서 이한구 의원이 공천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충남지사 출마가 유력한 상태. 자타가 인정하는 무역전문가로 행자부 장관 재직시에는 혁신전문가로 불리며 정부혁신을 주도해왔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국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으나 25년 이상을 상공부(현 산자부) 등에서 수출 관련 업무로 잔뼈가 굵었다. 개발시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행자부 장관을 맡기 전에는 KOTRA 사장을 역임하면서 조직혁신을 단행, KOTRA를 공기업 경영평가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선출직 공직에 처음 도전하는 오 장관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최근 철도공사의 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경제관료 출신인 오 장관이 충남 지역개발과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선거에 임하겠다는 전략.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는 “행정복합도시 건설 등을 민심에 호소한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오 장관의 지지도는 아직 실망스러운 수준. 지난 2월 16일 지역신문인 <충청투데이>가 실시한 차기 충남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오 장관은 4.4%에 그쳐 21.8%를 얻은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은 신당의 발원지이기도 해 국민중심당에서 사활을 건 지역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의원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고사하고 있어 또 다른 변수로 남아 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