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권력자”라며 국회선진화법을 시행한 장본인으로 칭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박 대통령의 생일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그려진 도자기를 선물했다. 공천과 관련된 룰의 싸움에선 친박계를 향해 “신중하게 고려하라”라든지, “오늘까지만 참겠다” 등의 날선 표현을 이어가면서도 조금씩 친박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부산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가 대놓고 흔드는데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인내와 특유의 계산이 있었던 것”이라며 “가끔 불필요한 실언을 하지만 절체절명의 국면에선 그런 것이 없다. 그게 무서운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언으로 논란이 많이 됐던 홍준표 경남지사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현 창원시장) 등의 예를 들기도 했다.
최경환 의원이 내각에서 국회로 돌아온 직후 친박계 3선 이상, 재선급, 초선급 의원들과 잇따라 ‘식사 정치’를 이어가자 김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응수했다. 그렇게 모인 수만 49명이었다. 친박의 수와 비박의 수가 비슷하다고 증명된 지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리를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4대개혁을 완수하자”고 말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살아서 돌아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김 대표는 정가에서 회자하는 각종 ‘X박 시리즈’에 대해 “수준 낮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신년 기자회견 질의를 통해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당선에 최선을 다했던 저에게 비박이라 붙이는 것도 우습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해 유승민 의원이 주장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 대해선 입장을 바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며 도입 필요성을 알렸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김 대표가 다시 유 의원에게 손을 내민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은근슬쩍’ ‘스리슬쩍’이다.
김 대표가 로키 전략을 언제 어떻게 벗어던질까. 그때부터가 ‘김무성 타임’이 될 전망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