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퇴임 후 여권의 줄기찬 구애에도 불구하고 ‘정치 불참’ 의지를 고수했던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최종 결심한 배경은 무엇일까. 또 그의 높은 대중적 인기가 ‘거품’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그는 어떤 필승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과 ‘강금실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여권의 복잡한 함수관계를 들여다봤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여권 입장에서 ‘강금실 카드’는 그야말로 정국반전과 지방선거 흥행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가 강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불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거품’ 인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 전 장관은 여전히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강금실’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인기 절정이었던 가수 이효리에 빗대 ‘강효리’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2005학번 대학신입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1위로 뽑힐 정도로 젊은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여권이 퇴임한 강 전 장관에게 지난해 두 차례의 재보선에 출마해 줄 것을 적극 권유했던 것도 그의 이러한 대중적 인기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과론이지만 여권은 야당에 완패를 면치 못했다. 그 이후 5·31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패배의 그늘은 여전히 여권에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강 전 장관 한 사람의 인기가 선거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해찬 파문’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한 여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강금실 카드’는 바로 이러한 여권의 절박한 위기 의식과 맞물려 있다.
5·31 지방선거는 내년 대선 길목에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특히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참여정부 각료 출신들을 총동원해 올인 승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강금실이고, 강금실 카드는 이번 선거 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그의 당선 가능성은 어느정도일까.
여권 핵심부는 ‘강금실 카드’를 정치에 등 돌린 민심을 다시 일깨우는 흥행 카드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마저 투표장을 외면할 경우 필패라는 위기감 속에서 이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높은 대중적 인기와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대표주자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멀어져간 민심을 한꺼번에 만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5·31 지방선거의 축소판이자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시장 선거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전략이다. 여권의 이러한 선거 전략은 이미 오래전부터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강 전 장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고사할 경우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부담감이 강 전 장관의 결심을 부채질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하는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강 전 장관의 장점으로 신선함과 자유로움, 부패하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 등을 들고 있다. 강금실이라는 상품은 그 이름만으로 가치가 있고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몰고 올 수 있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민 의원은 강 전 장관의 ‘거품’ 인기 논란과 관련해서 “절대 거품이 아니다”며 “강 전 장관의 인기는 정서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표심과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장도 1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개혁성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 새로운 정치문화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강 전 장관의 ‘거품론’에 일침을 가했다.
여권이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를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도 ‘강금실’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전략과 선거공약도 중요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실점이 많은 만큼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역전시키는 대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이 극복해야 할 암초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수도 서울을 이끌어갈 행정 경험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의 공직생활은 참여정부 출범직후 1년 5개월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것이 전부다. 너무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개성이 서울시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논리도 적지 않다.
또 노 대통령과 코드가 너무 잘 맞는 인사라는 점에서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선거 이슈로 부상할 경우 그 부메랑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패색이 짙은 빅매치에 대타로 긴급 투입된 강 전 장관. 과연 삼진 아웃으로 물러날지 안타를 때릴지 아니면 홈런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할지 그의 입장에 관중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