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철(왼쪽), 배칠수 | ||
‘배칠수의 생생인터뷰’가 재가동 되면서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배칠수씨가 속해 있는 연예인야구팀 ‘한’이 지난 4월2일 광주 개막전에서 기아의 코칭스태프와 초청경기를 벌이기로 결정되면서 기아와 개막전에 맞붙는 한화의 정민철(33)이 그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더욱이 배칠수씨와 정민철은 절친한 친구 사이라 광주경기장에서 해후한 두 사람은 진행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술술 대화를 풀어 나갔다.
배칠수(배): 드디어 야구장에서 만났네. 좋은 성적 내기까진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해서 혹시 거절당할까봐 은근히 걱정했다.
정민철(정): 아무렴. 네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거절하겠냐. 그건 그렇고 오늘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네. 아주 그럴 듯해 보이는데?
배: 하하. 이래봬도 내가 ‘한’팀의 4번 타자 아니냐.
정: 그만해라. 너무 똥폼 잡다가 망신 당하지 말고. 근데 인터뷰하러 왔으면 빨리 뭘 물어봐야 할 거 아냐.
배: 너무 보챈다. 기다려봐. 흠흠,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잘 해야지?
정: (그것도 질문이냐는 듯이 쳐다보면서 퉁명스럽게) 그래야지.
배: 야, 대답을 좀 길게 해야, 쓸 게 있을 거 아냐.
정: 질문이 그게 뭐냐? 알았다 알았어. 하여튼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재기해야 돼. 너무 딜레이되니까 나도 짜증이 나더라구. 더 늦기 전에 일어서야지.
배: 네 나이가 서른을 넘었지만 팔 다리가 긴 애들은 노화가 더디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거야. 키 값도 해야 되는 거고.
정: 얼마 전에 네가 구해다 준 영양제 있잖아. 그거 정말 괜찮은 거냐?
배: 야, 설마 내가 안 괜찮은 걸 줬겠냐. 힘도 빵빵해지고. 늦으면 일주일, 빠르면 이삼일부터 대번 달라진다고 하던데? 그거 어렵게 구해준 거야. 스테로이드제 아니니까 안심 푹 하고 복용해 보라구.
정: 내일부터 당장 먹어야지. 고맙다. 그거 먹고 잘 돼서 성적 올라가면 앞으로 내 수입을 7:3으로 나눠 줄게.
▲ 올해 재기의 의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는 한화의 정민철(사진 위 오른쪽). 배칠수씨(왼쪽), 기자와 함께 화이팅의 포즈를 취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 내가 원래 네 팬이었다는 거 아니?
배: 그랬어? 고맙다. 참, 지난 시범경기 때 조성민씨(MBC ESPN 야구해설가)가 경기 전에 널 인터뷰해 갔다는데 기분이 좀 묘했겠다.
정: 성민이는 이 바닥에 있어야 할 친구였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해설자로 야구장에 나타나니까 무척 반갑더라구.
배: 1999년 한화를 우승시킨 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갔을 때 당시 팬들은 하필이면 우리나라 투수가 두 명이나(조성민, 정민태) 있는 요미우리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었잖아.
정: 야구선수라면 모두 같은 맘일 거야. 요미우리는 최고의 명문팀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어. 그런 기회를 또 잡으리란 보장도 없었고. 물론 같은 나라에서 온 선수들끼리, 그것도 투수들이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분은 단점으로 작용했지.
배: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 터라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잖아.
정: 뭐가 실패고, 뭐가 성공한 건지는 유니폼을 벗어봐야 아는 거야. 지금은 내가 계속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배: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야. 넌 매사에 항상 긍정적이야. 경기장에서나 밖에서나 속이 꽉 찼고 아주 아주 성실하고. 그 점이 최고로 맘에 들어.
정: 오늘 아주 팍팍 띄어주네. 나라고 왜 힘든 때가 없었겠어. 작년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내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어. 3억5천만원이나 받는 선수가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재활만 하며 보냈으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지. 올시즌 투구폼도 바꾸고 팔꿈치 통증도 없어졌고, 하여튼 나 스스로 기대가 아주 크다.
배: 투구폼이 달라졌냐?
정: 노모 히데오처럼 심한 꽈배기는 아니지만 상체가 빨리 쏠리는 걸 방지하려고 겨울 동안 연습을 많이 했지.
배: 지난해 보니까 한창 안 좋을 때 네 왼발이 열리는 걸 봤어.
정: (깜짝 놀라면서) 정말 너 대단하다. 전문가들도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인데, 정말 예리하게 관찰했네.
배: 내가 네 친구 아니냐. 우리의 나이스 가이, 민철아! 부디 올해는 아프지 말고 원하는 대로 공을 던져 봐.
정: 그래. 난 야구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경기의 승패와 관계 없이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가장 보람이 커. 네 응원에 탄력 받아 일 한 번 내 볼까? 마음껏 기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