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환 민주당 사무총장(왼쪽), 최락도 전 민주당 의원. | ||
민주당은 조 총장의 구속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 경찰의 체포작전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당 죽이기’ 차원의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혹시 이 사건 배후에 여권의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측은 “민주당의 ‘음모설’은 어불성설”이라며 “남을 음해해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 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조 총장에게 건넨 4억 원은 특별당비로 공천 헌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비밀리에 자금을 전달한 경위와 관련해서는 정치자금은 공개적으로 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검은 돈’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경찰은 최 전 의원을 상대로 돈을 건넨 경위 및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한 뒤 4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따라서 조 총장에 이어 최 전 의원도 조만간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이 최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게임도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잠적한 최 전 의원이 검거되기 전까지 ‘음모론’ 등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민주당은 음모론의 근거로 △경찰이 현장에서 최 전 의원을 체포하지 않은 점 △김제시는 거액의 공천 헌금을 낼 이유가 없는 민주당 열세 지역이라는 점 △노무현 대통령의 공천비리 수사 독려 후 민주당에 대한 도청과 미행이 이뤄졌을 가능성 △포상금 5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조 총장이 수수한 4억 원은 특별당비”라며 “돈을 준 사람을 잡지 못하고 ‘공천헌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음모”라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이 검거된 이후에는 일단 경찰과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보자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다만 당사자(조재환·최락도)들이 특별당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사법기관이 공천 헌금으로 몰고 갈 경우 ‘여권 배후설’ 등 의혹을 부추기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5·31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민주당과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여권이 ‘민주당 고사’ 작전의 일환으로 이번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경찰이 조 총장 검거 경위에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제보자 신변과 관련해서도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점, 인지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돈 전달 시간과 장소 액수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서 사과상자로 거액의 현금이 전달된 점 등으로 보아 조 총장이 어떤 명목으로든 부적절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곤경에 처한 민주당이 자구책으로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민주당은 적잖은 상처를 안고 선거전에 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의 악재는 반대로 열린우리당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전남지역에서 이미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기세가 서울 등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에까지 미칠 것을 우려해온 여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호남표의 이탈을 막을 만한 호기로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92년 대선 당시 초원복집 도청 사건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이번 사건이 오히려 민주당에 호남 민심의 재결집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래 저래 이번 사건은 5·31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