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오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 앞에 모인 박 대표 지지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지 씨는 56년생으로 쉰 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결혼도 못한 채 혼자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에 걸린 노모(78)와 인천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의 인천 주소지에는 주소 등재만 되어 있을 뿐, 사실상 그를 봤다는 주민들은 거의 없을 정도. 노모 역시 양로원에서 따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과 8범인 그는 그동안 14년 4개월간 복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전과 또한 대부분이 폭력전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는 복역 중에 교도관을 폭행해서 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 반사회적 범죄성향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 씨는 검거 당시 당뇨 치료용 알약 10정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현재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검거 당시 지 씨는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로 약물중독이나 정신감정을 받은 전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 씨는 지난해 8월 청송보호소에서 가출소하면서 사회에 나왔다. 가출소 이후 인천 소재 한국갱생보호소에서 지내던 지 씨는 지난 2월 보호소를 나와 고정적인 직업 없이 찜질방과 목욕탕 등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매달 생활보호대상자 통장으로 입금되는 18만 원이 유일한 수입이었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 씨는 14년여의 복역이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사건 브리핑에서 한진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민주주의가 희석돼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억울하게 14년을 복역하게 됐다. 관계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아무런 답변을 못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그는 “경찰, 검찰, 교도관 등에게 가혹행위를 받아 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그가 칼날을 세운 대상은 정부 여당이 아닌 한나라당이었을까. 한나라당을 향한 지 씨의 테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역시 같은 장소인 신촌에서 열린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에게 안면 가격의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지 씨는 “그저 한나라당이 싫어서 그랬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곽 의원 측은 “당시에도 지 씨는 혼자였고 술에 취하거나 정신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당시엔 칼과 같은 흉기는 없었지만 상당히 폭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과 박 대표 관련 단체들이 지 씨의 배후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 씨가 사건 전날 인천 소재의 친구 집에서 머물다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선거 유세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유세장 근처 문구점에서 미리 카터 칼을 구입하는 등 상당히 치밀하게 사전에 준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검거 당시 소지품이었던 휴대폰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엄호성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지 씨가 지난 달 6일 7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개통했다”며 “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26개의 전화번호, 특히 자주 통화한 2~3명에 대한 부분이 밝혀지면 배후와의 연결 고리가 나올 것”이라 주장했다.
사건 전날 머물렀던 인천 친구가 누군지, 또한 사건 현장에서 “죽여라”하며 구호를 외친 이들이 4~5명가량 더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지 씨의 공범이 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지 씨는 경찰에서 단독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선 현장에서 함께 체포된 박 아무개 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 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한 박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한 통신장비 판매 중소업체 지점장 겸 이사라고 밝히고 당일 낮 인근에서 열린 초등학교 동창생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식당에서 뒤풀이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술에 취해 식당에서 나온 박 씨는 한나라당 유세 차량을 보고 달려가 단상에 올라간 뒤 욕설을 퍼부으며 의자를 들고 행패를 부리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서로 압송된 직후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만취상태인 0.137%로 나온 박 씨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확인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