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또 “나는 노 당선자와 팀업을 이뤄 함께 할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물러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잘 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전당대회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개혁기구가 구성되고 나면 당에서 정할 일”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한편, 한 대표는 자신이 인적청산 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 “나는 민주화 투쟁과정도 그렇고, 개혁적인 입장에 줄곧 서 왔다”며 “내가 (인적청산)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한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기 전당대회 수용의 배경은 뭔가.
▲노무현 대통령의 출발을 모양새 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전대 요구가 ‘인적청산’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잘못하면 권력투쟁으로 비춰져, 자리 다툼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전당대회를 하면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될 것이니까, 자연스레 그분들의 (인적청산) 요구가 관철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의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 전대 불출마를 밝혔던 한화갑 대표는 “대통령 과 협력하기 편리한 사람이 당을 책임지도록 길 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면, 당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과 협력하기 편리한 사람이 당을 책임지고 있어야 한다.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출마하지 않겠다면, 개혁기구 책임을 직접 맡는 것이 옳지 않나.
▲책임을 맡게되면 전담해야 되기 때문에, 일상 당무를 볼 수가 없다. 책임을 맡은 사람은 하루 24시간 개혁기구에 매달려야 된다. 일상적인 당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내가 개혁기구 책임을 맡는 것은 좋지 않다.
─앞으로 노무현 당선자에게는 지역구도 극복 문제가 남아 있는데.
▲지금까지는 정책공조라든지, 인사에서의 고른 등용, 재정의 적정한 배분 등으로 지역균형발전을 꾀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 이번 대선과정을 지켜보면,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당을 바꾼 사람이나, 그 바꾼 사람을 받아들인 정당, 경선에 불복한 사람이 배척 당했다. 자원봉사가 활성화됐다. 붉은악마라든지 노사모라든지. 결국 원칙과 정도를 걷는 것이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과정에서 ‘당을 지키겠다’는 말을 꾸준히 해왔는데, 차기 전대 불출마 선언은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막아 놓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누구든지 상대할 수 있으니까. 권력재편 과정에서 내가 비켜 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정치로부터 영원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하기에 달려 있다. ‘당을 지키겠다’는 얘기는 그때 당을 탈당한 사람들에게 한 얘기다.
단일화가 안되고, 노 후보를 밀 때에도 ‘나는 선거에 실패해도 노 후보를 밀겠다. 그리고 선거 끝나고 내가 팽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노 후보를 밀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당을 버리지 않고, 노 후보를 버리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거다. 그렇지만,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것이 절대 다수의 의견이었던 만큼 단일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표에 대해 ‘이중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데, 그리고 재정권을 선대위에 넘기지 않은 점도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은 것은 노무현 후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맡지 않은 것이다. 노 후보도 그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했다. 만약 DJ 측근이고 호남 출신인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부산에 내려갔다면, 노 후보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겠나.
그리고 재정권 문제인데, 그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주지 못한 것뿐이다. 9월부터 현역 의원 지구당에는 지구당 운영비를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다. 원외 지구당에도 9월분을 10월에나 지급해 줬다.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에서 당에 지원된 경비는 한 푼도 안남기고 모두 선대위에 넘겨줬다.
그리고 또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편을 들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나는 한번도 언급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언제 어디서 그런 얘기 했는지 증거를 대보라.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비판을 하던데, 선대위 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는 선대위와 대표가 상의할 일이 없었다.
선대위는 모든 조직 우위에 있었다. 선대위에 참석 안했다고 하지만, 일정도 미리 통보해주지도 않고 참석 안했다고 비판하는 것이 말이 되나. 그리고 노 후보 주변에 ‘한화갑이 선대위원장 맡으면 ‘탈DJ’에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도 있었고 해서 안 맡았던 것이다.
─지난해 초 특대위 쇄신안에 정당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제대로 실천할 시간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러니까 개혁은 인적청산을 위한 구실인 거다. 그리고 인적청산은 승리한 정당에서 보복적 인상을 준다. 더 이상 우리 당에서 그런 얘기가 안 나와야 한다. 이미 원칙이 결정돼 있는 만큼. 누구의 권리로 인적청산을 하나. 임기 남겨 놓은, 유권자가 뽑아준 국회의원 보고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나. 그리고 내가 인적청산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창피하다.
내가 살아온 과정이 민주화 투쟁을 하고 개혁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정치적으로도 부패에 연루돼 지탄받은 바 없고. 그런데 내가 그 (인적청산) 대상에 들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어찌됐건 집중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라는 것도 국민적 요구인데.
▲솔직히 말하면 여당은 당정분리를 할 필요가 없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아직은 우리가 국회 운영에서도, 당정관계에서도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팀업플레이가 필요하다.
─특히, 노 당선자 주변 인사들이 어떤 점에 주안점으로 둬야 된다고 보나.
▲노 당선자 주변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 5년 전 우리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까를 이제서야 생각하게 됐다. 그때는 5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5년 전의 우리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까. 어떤 이는 ‘저 사람들 정권 잡더니 저렇게 날뛰는구나’ 생각하기도 했을 테고, 또 어떤이는 ‘잘해야할 텐데’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잘할 것이다’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5년 후 지금 우리 모습을 보면, 5년 전과는 천양지차다. 5년 전 기대는 다 없어지고,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정권처럼 얘기하고 있지 않나. 5년 후 모습을 생각하고 일을 했더라면, 실패한 모습이 안나오도록 일을 했을 거다.
─향후 한 대표 거취는 어떻게 할 건가.
▲조용히 쉬면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보낼 생각이다. 물론 평당원으로 할 말이 있다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