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전남북 지역 4·13 총선은 선거구 조정으로 지역 구도가 형성되는 곳이 많아 소(小)지역주의 향배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남북 지역 곳곳에서 당적이나 후보 면면과 별개로 소지역별 지지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최근 선거판도 흐름이다.
지역 연고를 중시하는 유권자의 성향이 강해 아무래도 인구가 많은 지역 출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시군을 중심으로 하는 소지역 연고주의 투표 경향은 인구가 적은 지역을 소외시키고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인구가 적은 지역은 지역 출신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총선 무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소지역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대결 양상을 벌이는 선거구는 전남에서 ▲영암·무안·신안 ▲해남·완도·진도 ▲나주·화순 ▲영광·함평·장성·담양 ▲고흥·보성·강진 ▲광양·구례·곡성 등이다.
전북에서는 ▲정읍·고창 ▲임실·순창·남원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등 복합선거구다.
◇ 전남
전남 선거구의 특징 중 하나는 몇 개 시·군이 합쳐진 복합선거구가 많다는 점이다.
이 탓에 소지역주의가 표출되면서 승패가 갈린 선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해남·완도·진도 지역구다.
선거인수 기준으로 했을 때 ‘중심’은 해남이다. 19대 총선 기준 해남은 선거인수가 6만5천175명으로 가장 많았다.
완도는 2만여명이 적은 4만5146명이었고, 진도는 2만8천42명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완도는 ‘결집’하는 모양새고, 해남은 ‘각자도생’ 양상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현 의원인 김영록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18대 선거에서 김 의원은 완도에서 71.61%라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완도지역의 표 결집은 김 의원이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해남 출신의 통합민주당 민화식 후보와 대결을 벌였다.
해남지역의 지지는 민 후보가 57.01%의 지지율로, 김영록 의원의 36.37%를 앞섰다.
19대 총선에서도 소지역주의가 표출됐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김영록 의원은 완도에서 역시 73.71%라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완도 출신의 이영호 전 의원이 18.32%의 지지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완도는 지역 출신 인사에 ‘몰표’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해남은 김 의원이 39.34%의 지지를 받았고, 해남 출신의 무소속 윤재갑 후보에세 34.29%의 지지를 보내는 등 표가 갈렸다.
선거때 마다 해남 출신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이는 현실적인 이유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에서도 소지역주의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완도 출신 김영록 의원과 해남 출신 박광온 의원이 맞대결을 펼쳤는데, ‘컷오프’된 해남 출신 예비후보가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완도 대 해남’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본선에서도 소지역주의 현상은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완도 출신의 김영록 의원이 후보로 결정되자 해남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일었다.
‘제19대 총선 해남출신 단일후보 추대위원회’까지 꾸려졌을 정도다. 그러나 후보단일화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현재 후보군 6명 중 김 의원이 유일한 완도 출신이고, 나머지 5명은 해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선관위가 파악한 유권자 수는 고흥 6만1840명, 보성 3만9824명, 장흥 3만6354명, 강진 3만3681명이다.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도 소지역주의 선거판으로 흐를 큰 지역이다.
각각 고흥·보성과 (영암·)장흥·강진으로 나뉘어져 있던 선거구가 합쳐져 4개 군(郡) 대형 선거구로 거듭남에 따라 소지역주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두 후보 모두 우려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더민주 신문식 후보는 “인심 좋고 살기 좋던 우리 고흥을 비롯 보성·장흥·강진이 거듭된 선거의 여파로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인심을 치유하는 정치적 의사와 같은 역할을 맡겠다”고 자임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후보도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내 새로운 고향”이라며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선거를 축제로 만들 수 있도록 앞장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전이 진행되면 소지역주의 양상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는 제암산이 있는 등 선거구가 합쳐지기 전의 두 지역은 교통이나 문화권, 생활권 측면에서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흥·보성 선거구 시절, 고흥에서만 국회의원이 계속 나와 보성에 소외 심리가 있기 때문에 황주홍 의원이 유리하다”라든지 “황주홍 의원이 강진군수 출신이기 때문에 장흥에서의 기반은 장흥만 못해 신문식 의원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장흥과 보성 지역 주민들은 정작 선거에 대해 유보적 시각들을 많이 보이고 있어, 향후 선거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표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가 관건이다.
영암·무안·신안은 3선 전남도지사를 지낸 국민의당 박준영, 3선 무안군수를 지낸 더민주 서삼석 전 군수,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여느 선거구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소지역주의’ 투표성향이 강하다. 영암과 무안 표심의 향배를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무안과 신안은 그동안 지역 출신 인사들에게 투표하는 성향을 보여 왔다.
18대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 황호순 후보와 DJ 차남인 김홍업 후보가 신안 표를 나눠가지면서, 무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윤석 의원이 ‘어부지리 격’으로 당선된 측면이 있다.
황호순 후보와 김홍업 후보는 신안출신이고, 이윤석 의원은 무안출신이다.
당시 신안은 황호순(41.53%)ㆍ김홍업(39.15%)로 지역 출신에게 몰표를 줬다. 반면 무안은 이윤석 의원에게 47.22%의 지지를 보냈다. 신안에서 8.72%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이유였다.
무안이 상대적으로 신안보다 선거인수가 많았던 탓이다. 당시 무안은 5만2690명이었고, 신안은 3만9302명이었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자 중 신안출신은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 한명이고, 더불어민주당 서 후보는 무안출신이다.
현재 영암 출신으로는 박준영 국민의당 후보가 단독으로 나선 상태다.
부쩍 늘어난 무안군 선거인수도 변수라면 변수다. 지난해 10월 기준 무안 선거인수는 8만2092명인 반면 신안은 4만3566명이다.
새롭게 편입된 영암지역 표심 향방은 새롭게 등장한 변수다. 영암 선거인수는 모두 5만8682명으로 신안보다 더 많다.
이외에도 영광·함평·장성·담양, 광양·구례·곡성 선거구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소지역 할거주의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 전북
전북에서 20대 총선에서 소지역주의가 할거할 대표적인 지역으로 김제·부안 선거구가 우선 꼽힌다.
김제·부안 역시 김제시 인구가 8만8천615명으로 부안군 5만6천623명보다 무려 3만1천992명이나 많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김제 출신들이 부안 출신 후보에게 패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어 이번 선거도 과거와 같은 판박이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안 출신 더민주 김춘진 후보가 현역이지만 김제 출신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더민주 소속 김제시 지방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입당했다.
완주·진안·무주·장수도 진안 출신 더민주 안호영 후보에 비해 완주 출신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완주군 인구는 9만5천343명으로 진안 2만6113명, 무주 2만5천153명, 장수 2만3천274명을 모두 합한 것보다 2만803명 많다.
정읍·고창의 경우 정읍시 인구가 11만5천790명, 고창군은 5만9천명으로 정읍시 출신이 훨씬 유리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하정렬 후보와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가 정읍 출신이고, 무소속 이강수 후보는 고창 출신이다.
임실·순창·남원은 임실 2만 9695명, 순창 2만 9584명으로 두 지역을 모두 합해도 남원시 8만 4678명 보다 적다.
하지만 남원 출신 후보들이 난립해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9명의 후보 가운데 민중연합당 오은미 후보만 순창 출신이고 8명이 남원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원 출신 더민주 박희승 후보, 국민의당 이용호 후보, 무소속 강동원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은 따지지 않고 국정(國政)과 국사(國事)를 다루는 국회의원을 뽑아 왔다.
전남 광양 출신인 조재천씨는 달성군과 대구시(4, 5대)에서 세 차례나 야당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바 있다.
그러나 최근 소지역주의 심화는 국가의 통합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김동현 사무처장은 “자기 출신 지역 후보에게 무조건 표를 던지는 소지역주의를 뛰어 넘어 진정으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한다”고 강조했다.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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