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범근 | ||
그러나 실제 성적은 아직‘아니올씨다’다. 수원은 전기리그 8위, 컵 대회 13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때문에 차범근 감독까지 서포터스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번 독일 월드컵 기간 중 TV중계 해설자로 나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적잖다.
중요한 대목은 어마어마한 자금력과 스타 선수들을 보유한 수원 구단의 외형과, 실제 리그에서 나타난 경기력과 성적이 반비례한다는 것.
세계 축구 스타들을 대거 입도선매하면서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달성한 잉글랜드 첼시가 아닌 무수히 많은 스타를 보유하고서도 리그에서 ‘죽’을 쑤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축구계에서는 대거 영입한 우수 선수들의 관리와 역할 분담을 구단이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2005년부터 스타선수를 대거 끌어모은 수원은 부산의 포터필드 전 감독으로부터 한때‘한국의 첼시’라는 시샘 섞인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어찌된 까닭인지 스타급 선수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부터 첼시와는 다르게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부상 선수들이 많고 특히 골을 넣어줄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게 수원 구단의 한탄. 그러나 다른 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탄탄한 선수 구성, 유럽 명문 클럽에 버금가는 구단 환경과 부진한 올 시즌 성적의 함수 관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야심차게 영입한 스타급 선수들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실제 올 시즌 수원으로 이적한 선수들의 대부분이 전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 포지션에서 시즌 내내 새로운 선수의 영입과 퇴출이 반복됐고, 자연히 선수 관리에 대한 구단의 책임론이 강하게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최전방 공격진을 보자. 올 시즌 포항에서 영입한 이따마르를 채 1년도 활용해보지 못하고 지난 7월 말 성남으로 이적시켰다.
지난 2003년 전남에서 23골을 넣으며 득점 4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선보였던 이따마르는 수원에서는 17경기 출전에 고작 4골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수원에서 일본 J리그로 이적, 활약하다 다시 수원으로 유턴한 산드로도 마찬가지. 산드로는 올 시즌 고작 18경기에 출장해 무득점에 그쳤고 결국 수원을 떠나 전남으로 이적했다.
이러다보니 선수를 영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즌 중임에도 다른 팀에서 뛰는 중복 포지션 선수에 이중으로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말 다른 구단들에게는 부러움에 상징일 수 있지만 최고 선수의 영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수원이기에 우수 선수를 영입해 놓고도 좌불안석이다. 거물급 선수 영입정책인‘갈라티코’를 통해 세계 최고 선수들을 모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자주 비교되는 것도 썩 개운치만은 않은 부분이다.
금전적인 부분만 아니라 스타 선수의 계속되는 영입으로 기존 스타들이나 기대주들이 팀을 떠나게 되는 점 역시 수원 구단에서만 볼 수 있는 난맥상이다.
이종민, 조재진, 김동현, 조병국, 조성환, 권집 등 먼 장래를 보고 선발한 젊은 유망주들이 긴급 처방전으로 데려온 용병 혹은 다른 팀 출신 스타 선수들에 밀려 대부분 팀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부분 다른 팀에 이적해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목전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로 영입한 유망주들의 장기적 육성을 외면한 것이 결과론적으로 팀 체질 개선의 실패와 돈 낭비라는 크나큰 악재를 불러왔다는 게 축구인들의 중론이다.
용병과 국내 스타 영입에 집중하다보니 기존 다른 구단과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린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록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는 하지만“너무 올인 하는 거 아니냐”는 비난은 여기저기서 들린다.
수원은 올초 용병 쿼터문제로도 다른 구단들과 등을 졌다. 지난해 말 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용병을 3명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예외조항은 없었다. 다른 구단들은 용병을 3명으로 정리하면서 시즌을 준비했지만 수원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용병들은 그대로 데리고 있겠다며 용병 4명을 고집했다. 수원을 제외한 구단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수원이‘명가 재건’을 노리며 이왕 스타 선수들을 계속 영입할 것이라면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첼시를 거울 삼아 후기리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감독을 중심으로 팀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축구인들의 지적이다. 특히 강력한 카리스마의 무링뇨 감독 체제에서 돌출행동이 잦은 스타 선수들도 경기에서만큼은 높은 집중력과 목표 의식을 보이는 첼시 구단의 현재 모습이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것.
무링뇨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최근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구드욘센은“전반전을 상대에게 지거나 비기면 탈의실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면서 감독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감독의 역량과 카리스마, 그것이 선수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면 무서울 게 없는 팀이 수원이다. 수원은 후기리그를 준비하면서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통해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전반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워낙 선수층이 탄탄하다보니 전문가들도 수원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 실패한다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변현명 축구전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