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철 특보와 부인 황일숙 씨(오른쪽)가 연 섬 횟집 내부 전경. 황 씨는“처음에 남편은 발도 못 들이게 했다”고 말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그럼에도 이 특보 측은 “생계형이긴 하지만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논란 때문인지 개업 초기에는 취재하려는 기자들만 북적거렸을 뿐 유명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소 한산했다고 한다. 과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개업한 지 석 달이 돼 가는 ‘섬’ 횟집을 다시 찾아보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향했다. 종로구 통의동 방향이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무전기를 든 경찰이 오고가는 시민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청와대 주변이라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이었다. 길가에는 고도제한 때문에 성장을 멈춘 작달막한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통의동 쪽으로 200m쯤 가다 보면 ‘섬’이란 간판이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주변의 작고 평범한 간판에 비해 ‘섬’ 간판은 크고 우뚝 솟아 있다.
저녁 6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라 가게는 한산했다. 70평 한옥 건물을 개조해 만든 식당의 내부 면적은 40평 정도.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고기구이집 ‘토속촌’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일부 구획과 내장만 바꿨다고 한다. 메뉴판을 죽 훑어봤다. 회는 세꼬시(8만 원) 잡어(8만 원) 도다리·광어(9만 원) 등이 눈에 띈다. 점심 때는 회덮밥(1만 2000원)이나 생대구탕(1만 5000원) 등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은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에 비해서는 싸지만 일반 횟집에 비해서는 비싼 수준이다.
주문한 광어가 나오자 이 특보의 부인 황일숙 씨가 옆자리에 앉아 잠시 ‘안내’를 한다. 황 씨는 손님들의 테이블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횟감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근황을 묻곤 한단다. 여기에서 잠깐, 황 씨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자. 그를 오랫동안 알았던 한 지인은 “사모님은 원래 수줍음도 많고 소극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대인 관계도 좋고 사업 수완도 대단하다. 그동안 숨겨진 그의 잠재력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다. 앞으로 사업을 하면 이 특보 이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 이강철 특보(왼쪽)와 섬 횟집 외부 전경. | ||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권력자의 ‘횟집정치’라는 등 그런 거창한 모임은 없어요. 하지만 이 특보와 친분이 있는 장관들이나 국회의원들은 자주 찾아와요. 그래도 주변에서 여러 말들이 나와 항상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처음에 남편은 이곳에 발도 못 들이게 했죠. 하지만 요즘에는 한 달에 몇 번씩 들러서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7월은 비수기라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개업 초반에는 인사차 오는 손님들과 호기심 때문에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지금은 자리가 잡힌 것 같아요. 무엇보다 꾸준히 오는 손님은 역시 기자양반들이에요. 호호.”
황 씨는 이어 “장사가 기대에 못 미쳐 종업원들 구조조정도 좀 하고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지금은 좀 자리가 잡혔지만…. 그리고 아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가게 운영에 신경이 많이 쓰여 항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게 힘든 점이지요”라고 말한다.
황 씨가 자리를 뜬 뒤 주문한 광어회를 먹어보았다. 자연산이란다. 전라도에서 가져온 묵은 김치와 싸서 먹는다. 포항의 낚싯배와 직접 계약을 맺고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직접 공수해온단다.
그런데 장사를 하면 역시 이익이 남아야 하는 법. 황 씨에게 매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휴, 참 그런 걸 어떻게 밝혀요. 종업원 10명 월급 주고 나면 우리들 인건비 나오는 정도지요. 게다가 동업을 하기 때문에 세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요. 그리고 자연산 회는 원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팔기는 많이 팔아도 생각만큼 마진이 크진 않아요”라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황 씨가 밝히진 않아 정확한 매상은 알 수 없지만 대충 유추는 해볼 수 있다. 우선 가게의 규모를 보면 여닫이 문으로 분리된 방이 8개, 홀 테이블 4개 등 모두 합쳐 100석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다. 각각의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수가 20개쯤 된다고 하니 한꺼번에 20팀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보면 된다. 여기에 2~3인 기준으로 광어회 한 접시와 매운탕, 그리고 맥주·소주 값을 계산하면 10만~15만 원 정도 된다. 1인당 5만~7만 원 정도 적용해서 최대한 80명 정도를 수용한다고 치면 대략 계산이 나온다.
술잔이 돌고 회도 비워질 때쯤 손님들이 하나둘씩 밀려들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옆자리에 있던 한 중년 손님이 이 특보와 전화 통화하는 듯싶었다.
“아, 특보님. 인사도 자주 못 드렸습니다. 지금 여기 ‘섬’ 횟집에 와서 한잔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연락 한번 주십시오.”
술자리를 끝내고 계산대 앞에 섰다. 황 씨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친절하게 묻는다. 계산서에는 광어 매운탕 맥주 소주 등을 합쳐 11만 4000원이 찍혀 있었다. 문을 나서서 경복궁역으로 향하다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우뚝 솟은 ‘섬’ 간판의 환한 불빛이 더욱 도드러져 보였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