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광 전 KT&G 감독 | ||
리 벤슨 왜 한국 떠났나
프로농구 2006~2007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었던 지난 10월 초, 올시즌 강호로 꼽히던 대구 오리온스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에 다녀오겠다며 10월 2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리 벤슨이 결국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벤슨과 함께 전술을 맞춰 온 오리온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리 벤슨은 한국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말썽쟁이’ 용병으로 유명했다. 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전과로 눈길을 모았던 벤슨은 처음 한국에 왔던 2003~2004시즌 때도 당시 소속팀인 서울 SK의 경기도 용인시 숙소가 ‘복역했던 교도소 같아 못 있겠다’며 시즌 개막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 SK를 곤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이후에도 경기 도중 심판에게 침을 뱉고 상대 용병들과 수시로 마찰을 빚는 등 갖가지 악동 전과로 소속팀 관계자들을 긴장케 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한국 여성과의 결혼을 위해 지난 7월 21일 일찌감치 입국해 결혼 준비와 시즌 준비를 병행해왔고, 이 와중에 한국 귀화 의사까지 밝히는 등 그의 한국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랬던 벤슨이 모든 걸 버리고 갑자기 떠나버렸다. 벤슨에게 있어서 일과 사랑, 모든 게 보장돼 있는 한국 무대를 등진 이유가 무엇일까.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결혼을 준비하는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벤슨과 한국인 여자친구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잦아졌다. 둘은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고 벤슨은 이때부터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급기야 9월 말 벤슨은 여자친구의 집에 쳐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고 여자친구를 위협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벤슨을 말리던 여자친구의 가족들을 폭행하고 말았던 것.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벤슨은 10월 2일 미국으로 도망쳐 버렸다.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용병 센터로 자리매김을 하다가 하루 아침에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리 벤슨. 그가 떠난 오리온스는 유례에 없는 ‘용병대란’을 겪으며 오늘도 ‘용병 센터 찾아 삼만리’를 계속하고 있다.
주희정-임재현 맞바꿀 뻔
올시즌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 핑크빛 모드를 형성할 수 없었던 김동광 전 KT&G 감독과 김태환 전 SK 감독. 두 사람이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택한 것은 대형 트레이드였다. 두 감독이 트레이드의 대상으로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양 팀의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던 임재현(SK)과 주희정(KT&G). 문경은이나 방성윤 등 특급 슈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SK 김태환 감독 입장에서는 득점력이 강한 임재현보다 슛은 다소 약하더라도 볼배급 능력이 강한 주희정이 팀컬러에 더 맞다고 판단했다.
▲ 서로 팀을 맞바꿀 뻔했던 임재현(왼쪽)과 주희정. | ||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서 주희정이 부상을 당하고 KT&G가 새 용병 주니어 버로를 영입하는 등 변수가 발생되면서 결국 또 한 건의 대형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감독들은 얼마 후 나란히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동병상련을 겪었다.
경기 못하면 버스 타지마!
요즘 프로농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괴소문이 떠돌고 있다. ‘아무개 구단의 선수들은 그날 경기에서 실수를 했을 경우 구단 버스에서 쫓겨난다’는 소문이다. 이 팀은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최고의 성적을 거둬왔으나 일부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 그리고 노쇠화 등으로 인해 올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팀이다. 그러다보니 감독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에 패한 날이면 그날 부진했던 선수를 향한 감독의 집중 포화가 시작되고 결국 그 선수는 버스에서조차 쫓겨나 개인적으로 숙소로 돌아간다는 것.
지난 10월 28일 한 사이트의 농구 게시판에는 이 구단 팬이 올린 짧은 글이 올라왔다. 내용인즉슨, 이날 부진한 플레이로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외국인 선수가 경기를 마친 후 구단 버스에 타지 못했고, 결국 그 선수는 선수단 버스가 떠난 지 30여 분 후에 구단 직원의 차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후 그 용병은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 결국 퇴출을 당했고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야 했다.
▲ 미국으로 잠적한 오리온스의 용병 리 벤슨. | ||
프로농구 2005~2006시즌이 한창이던 올해 초. 한 스포츠신문에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기사가 게재된다. 그러나 이 기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신문 지면은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조차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다. 과연 그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안양실내체육관 앞의 한 대형 한식당에 안양시장이 주재한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시 고위 인사를 비롯해 안양시 농구협회, KT&G 구단 관계자 등이 모두 참석했다. 술잔이 오고 가고 거나하게 취기가 올랐을 때, 한 쪽에서 고성이 오고가며 분위기가 험악하게 달아올랐다. 구단 프런트 중 한 명이 김동광 전 감독에게 고성을 지르며 멱살잡이를 한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이 구단의 지원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이 직원이 ‘부진의 원인을 구단에게 떠넘기지 말라’며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안양시장은 “연고지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알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고, 결국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타 부서로 전보를 발령받았다. 이 사건은 농구인들의 입을 타고 급격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농구인들은 “대기업이 운동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것이냐”, “프로농구판을 대놓고 무시한 사건”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결국 KT&G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하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김동광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여자 간판스타 이적 막후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지난 여름리그가 끝나고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 가운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팀을 옮긴 선수들도 있고 또는 트레이드로 새로운 둥지를 찾아간 선수들도 있다. 이 중 B 구단의 C 선수는 감독과 불화로 트레이드 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경기 도중 작전 시간에 이 팀의 감독과 C 선수가 서로 말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이 장면이 구단 고위층 관계자에게 목격됐고 이 관계자는 감독에게 ‘C를 남은 경기에 출전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 실제로 C는 이후 잔여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C가 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할 때 그를 뺀다는 것은 사실상 경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데도 C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감독과 C 선수의 말을 들어보면 일단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쪽에 더 책임이 큰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 뿐이다. 결국 감독과 C는 다른 팀으로 옮겨가게 됐다.
원준희 농구 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