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국 유학 기간을 연장한 정동영 전 의장. | ||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여 백의종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DY) 측은 작금의 당·청 갈등정국을 복귀 명분 내지는 ‘역시 정동영밖에 없다’는 인식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존 주자인 GT나 DY 외에도 여권 내 다수의 예비 잠룡들이 대권경쟁에 뛰어들어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을 국민적 축제로 이끌고자 하는 기본 구상을 그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6일 당청 지도부 회동에서 ‘외부선장론’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러한 구상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DY도 노 대통령의 복심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만큼 당·청 갈등이나 국내 정치 현안을 관망하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한 후 다시 대권레이스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DY가 당초 한 달 일정이었던 독일 유학을 연기하는 동시에 두세 달 일정의 미국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 역시 당·청 갈등이 몰고 올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며 이해득실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외부선장’감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오는 28일 ‘희망연대’를 발족시킬 예정인 지지 세력들은 고 전 총리가 기존 정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것은 ‘필패’라고 보고 새로운 정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측은 ‘외부선장론’ 논란과 당·청 갈등 기류가 범민주 개혁세력 결집을 통한 이른바 ‘고건신당’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말하는 ‘외부선장’이 반드시 당 외부 인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여권 내 예비 잠룡들의 대권경쟁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여권 내 예비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천정배 의원, 정동채·유시민 장관 등도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 7월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에 복귀한 천 의원은 사조직을 재정비 하는 등 이미 대권행보를 시작했고 노 대통령이 차기지도자감으로 거론한 정·유 장관도 연말을 전후해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차기주자들 입장에서는 당·청 갈등 정국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여권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민심은 더욱 동요할 것이고 그 반대급부로 당분간 한나라당과 차기주자들의 지지율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한 여권 입장에서는 기존 판도를 흔들기 위해 모종의 승부카드를 띄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야권에서는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측에게 현 상황을 흔들 이러한 불안정 요소는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