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프로농구 경기에서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는 현주엽. 연합뉴스 | ||
주인공은 바로 농구스타 현주엽(32·LG)이다. 지난 6월 깜짝 결혼 이후 언론과의 공식적인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는 현주엽을 8월 16일 분당에서 기습 인터뷰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매직히포’가 결혼과 함께 크게 달라진 건 확실했다.
당초 인터뷰는 부부동반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새신랑 현주엽이 ‘제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아내의 언론 노출을 막았다. 아내 박상현 씨(28)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지난 6월 21일 결혼식 동영상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미모 논쟁이 일어났기 때문.
“아내가 이쁘냐”는 우문에 새신랑은 “만난 지 1년도 안 돼 결혼했잖아요. 집안 어른들의 소개로 만났는데 정말 착한 여자예요. 제가 운동하는 걸 정말 잘 이해해줍니다”라며 현답을 내놓았다. 하긴 한때 ‘고려대의 마스코트’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현주엽을 사로잡았으니 미모나 성격 같은 걸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2세 계획을 묻자 현주엽은 “형이 둘있는데 결혼을 하고도 딸 하나밖에 없어요. 아버님 건강도 최근에 썩 좋지 않고, 믿을 건 저밖에 없다며 한 다섯 명은 낳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빨리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라고 확실하게 답했다. “혹시 이미…”라는 질문이 시작되자 고개를 저었다.
농구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화기애애한 결혼 얘기로 시작했으니 가장 예민한 녀석을 첫 머리로 내밀었다. 지난 봄에 나돈 트레이드설을 건드렸다.
“원래 (신선우)감독님은 개인적인 대화가 별로 없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5월인가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뭐 열심히 해보자는 내용이었죠. 이상하다 싶었는데 한 20일 정도 지난 후 전자랜드의 선수 몇 명을 묶어 나와 트레이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그냥 웃고 말았죠. 뭐 프로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감독님과의 불화설도 퍼졌어요.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지시를 어긴 일이 없거든요. 나이도 들고 장가까지 갔는데 정말이지 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말하니 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후 현주엽은 털털한 성격답게 언론에 공개할 수 없는 충격적인 비화를 다수 털어놨다. 아찔한 내용도 있었지만 본인이 대부분 이해하고 삭이고 있었다.
▲ 지난 6월 21일 결혼식을 올린 현주엽 박상현 부부. 뉴시스 | ||
“정말이지 기가 찼어요. 당사자는 잘 알겠지만 그때 술은 팀 관계자가 방에 넣어준 것이었고 나는 입에도 대지 않았어요.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술을 갖다 주고 또 먹지도 않았는데 먹었다고 험담한 것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났죠. 몇 년이 흐른 뒤 당시 단장이었던 분으로부터 사과를 듣기도 했죠.”
현주엽은 은사로 주저 없이 두 사람을 꼽는다. 바로 고려대에서 자신을 가르쳤던 박한 감독(현 대학농구연맹회장)과 임정명 전 삼성 코치이다.
“개인적으로 두 분이 한국 농구계에서 가장 인품이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지금 농구계가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두 분은 돈 문제에 관한 한 깨끗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진정으로 선수들을 위하는 지도자죠.”
이어 현주엽은 자신의 미래 계획을 덧붙였다. “한 서른 여덟쯤에 은퇴하고 싶어요. 물론 이제 결혼까지 했으니 그전까지 최소한 우승은 한두 번 해야죠. 팀(LG)도 저도 아직 프로농구 우승이 없거든요. 은퇴 후에는 미국으로 농구 유학을 다녀온 후 지도자 과정을 밟을 계획이에요. 남들은 연봉을 많이 주는 프로팀을 선호하지만 저는 대학이 좋아요. 가능하면 모교인 고려대에서 오랫동안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재학생 때부터 고려대의 총아였고, 프로 첫 연봉을 받은 후 고대 농구팀에 미니버스를 선물했을 정도로 모교 사랑이 대단한 현주엽다웠다.
한편 현주엽은 선수 생활만큼은 LG에서 마치고 싶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서장훈, 이상민 등이 팀을 옮기는 것을 보면서 LG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단다.
현주엽은 몸 상태에 대해 “마술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2년 첫 수술을 받은 후 지난 시즌까지 계속됐던 왼쪽 무릎 연골부상이 최근 결혼과 함께 대학시절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것. 관절에 관한 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안진환 박사는 처음 수술할 때 “이제 운동 그만할 생각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무릎연골의 3분의 2가 닳아 없어졌기 때문. 이후 재활치료를 받아 오다 최근 안 박사로부터 “아주 드문 경우지만 연골이 80% 이상 재생됐다”는 통보를 들었다. 실제로 현주엽은 현재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느끼고 있다. 여기에 결혼으로 운동에 대한 의욕까지 커졌으니 누구보다 차기 시즌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올겨울 몸도 마음도 크게 달라진 새신랑 현주엽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괜찮은 프로농구 관전법일 듯싶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