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원래 프로축구계는 ‘농한기’에 일이 더 터지는 곳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FC, 부산 아이파크의 사령탑이 모두 빈 상태라 감독들의 연쇄 이동이 점쳐진다. 김남일 송종국 안정환 이운재 손대호 등이 FA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선수들의 둥지 옮기기도 속속 일어날 전망이다.
제주 정해성 감독과 경남 박항서 감독이 사임하면서 K리그에 감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정 감독이 물러난 직후 외국인 감독 영입을 선언했던 제주는 국내 감독 영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3명의 최종 후보자를 놓고 조율 중이다. 제주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래 브라질 감독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위(SK그룹)에서 ‘NO’했다”고 귀띔했다.
경남은 지역 출신 감독을 옹립할 계획이다. 이흥실 전북 현대 수석코치가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가운데 K리그 복귀를 간절하게 바라는 조광래 전 FC 서울 감독과 고재욱 관동대 감독의 이름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박항서 감독이 경남을 나온 뒤 포항으로 이동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에 15년만의 리그 우승을 안긴 만큼 그렇게 될 확률은 낮다. 포항 김현식 사장은 파리아스 감독과 재계약할 뜻을 밝혔다.
김판곤 감독대행에게 팀의 지휘봉을 임시로 맡겼던 부산 아이파크는 이상철 전 울산 현대 수석코치와 접촉 중이다. 올 한해 잉글랜드에서 축구를 공부했던 이 전 수석코치 역시 적극적으로 ‘컴백’을 노린다.
울산 현대 김정남 감독은 내년에도 지휘봉을 휘두를 예정이다. 한때 김호곤 축구협회 전무가 김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설이 있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유임이다. 울산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울산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며 김 감독과 울산과의 재계약에 무게를 뒀다. 현재 김 감독은 브라질에서 현지 선수들의 울산 입단 여부를 타진 중이다.
수원 삼성의 간판선수인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송종국은 올해를 끝으로 구단과의 계약이 끝난다. 김남일과 송종국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재계약할 기회가 있었다. 수원 유니폼을 입을 때 2년간 뛴 뒤 구단과 선수가 합의할 경우 1년 연장이란 ‘2+1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송종국은 전성기 시절만 못한 기량 탓에 한때 수원과 재계약하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지만 높은 이적료로 인해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이 2005년 1월 네덜란드의 송종국을 데려올 때 쓴 이적료는 무려 300만 달러다. 송종국의 이적료가 한국 돈으로 거의 30억 원에 달한다는 소리다. 수원이 인심을 써서 이적료를 대폭 낮춘다고 해도 그를 데려갈 만한 팀은 K리그에 거의 없다. 기량은 예전만 못하지만 송종국은 팔방미인이다. 중앙 수비수, 오른쪽 풀백,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한다. 고액의 이적료와 여전한 효용가치를 고려할 때 수원과 송종국의 재계약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운재는 지난달 초부터 수원과 다년 계약 협상을 했다. 하지만 음주파문이 일어나고 이달 초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대표자격 1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으면서 협상에 장애물을 만났다. 하지만 K리그에 그를 대체할 만한 골키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에는 수원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원이 성남 일화가 눈독을 들이는 정성룡(포항)에게 관심을 보일 경우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수원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지만 수원은 올해 이운재 말고 ‘넘버 2 골키퍼’ 박호진과도 재계약을 해야 한다. 현재 박호진이 이적을 희망하고 있는데 수원은 이운재와 박호진을 모두 잡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 김정남(왼쪽), 파리아스 | ||
J리그 이적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안정환의 J리그 진출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안정환의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예전과 같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서 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6관왕(정규리그, FA컵, 컵대회, A3, 피스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했다. 하지만 단 한 개의 우승컵도 건지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명가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성남은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 보강을 계획한다. 군에 입대하는 골키퍼 김용대의 공백을 정성룡으로 메울 생각이다. 이럴 경우 K리그에는 골키퍼의 연쇄이동이 일어난다. 정성룡의 이적을 내심 각오하고 있는 포항과 듬직한 수문장이 필요한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이 이적 시장에서 골키퍼 구매를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성남은 미드필드 수술도 검토하고 있다. 손대호와의 계약은 올해 말, 김두현과의 계약은 내년 여름에 끝나기 때문이다. 성남은 일본에서 뛰는 김정우(나고야 그램퍼스)와 러시아에서 활약하는 이호(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성남뿐만이 아니다. 수준급의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한 수원과 서울이 성남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성남은 지난 6월 네아가가 루마니아로 돌아간 뒤 대체 용병을 영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남은 올 겨울 용병 1명을 더 영입할 수 있다. 성남은 지난 여름 마차도(울산 현대)를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용병을 데려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검증된 용병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