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06년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후원금 내역을 입수,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마디로 ‘여소야대’라 부를 만하다. 의원 1인당 모금 액수 기준으로 민노당이 1위였다. 민노당은 9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3억 1300여만 원을 모금해 1인당 3478만 원을 모았고 이어 한나라당이 3317만 원, 민주당 3240만 원, 열린우리당 3167만 원, 국민중심당 1494만 원 순이었다.
개인별로는 모금액 상위 10위 안에 열린우리당 의원 4명, 야당 의원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1명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회 상임위 간에도 편차가 있었다. 인기 상임위인 건교위, 재경위, 통외통위의 의원들이 더 많은 돈을 모았고 비인기 상임위인 법사위, 정무위, 환노위는 모금액수도 적었다.
개인별로 모금액 1위는 1억 7165만 원을 거둔 한나라당 김명주 의원이 차지했다. 변호사 출신의 초선의원인 김 의원은 선배 의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위는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으로 모금액은 1억 4077만 원. 이 의원은 현대그룹 CEO답게 현대그룹 인사들의 고액 기부가 눈에 띄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혁 아주금속 사장이 각각 500만 원씩 냈다. 또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1억 3307만 원), 민주당 최인기 의원(1억 2512만 원),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1억 2098만 원)이 각각 모금액 랭킹 3, 4, 5위를 기록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44억 6000여만 원을 모금했고, 한나라당이 41억 1400여만 원, 민주당이 3억 5600여만 원, 민노당이 3억 1300여만 원, 국민중심당이 7400여만 원을 모금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상임위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인기 상임위로 꼽히는 건교위는 의원 1인당 4323만 원을 모금해 ‘물 좋은 곳’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건교위 소속인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고액 후원금만 7750만 원을 모아 건교위 의원 중 가장 많은 고액 기부금을 모았다. 파라다이스 그룹 창업주인 고 전낙원 회장의 아들인 전필립 회장이 500만 원을 후원하는 등 기부자들 대부분이 기업인들이었다. 2002년 대선 때 기업체로부터 1억 5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은 6970만 원을 후원받았다. 이 의원의 후원자 중에는 건교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대한항공 부사장과 건설업체들이 포함돼있다.
건교위원장인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1억 391만 원을 후원받았다. 한편 (주)태영은 건교위 소속의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에게 700만 원을, 김학송 의원에게는 1000만 원을 후원했다. (주)태영은 변탁 부회장과 이재규 사장, 김외곤 부사장의 명의로 분산 후원했다.
역시 인기 상임위인 재경위는 의원 1인당 3589만 원을 모금했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후원이 많았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삼양그룹 오너 일가에게서 12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삼양사그룹 김상홍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 김윤 삼양사 회장, 차남 김량 삼양제넥스 사장이 각각 200만 원씩 기부했다. 또한 김 명예회장의 동생인 김상하 삼양사그룹 회장과 장남 김원 삼양사 사장, 차남 김정 삼남석유화학 부사장이 각각 200만 원씩 기부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조일형 한국관광호텔업협회장으로부터 500만 원, 김진표 의원은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으로부터 300만 원을 후원받았다.
통일외교통상위(통외통위)도 인기 상임위로 꼽힌다. 통외통위 1인당 모금액은 3302만 원. 그러나 재계와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고 소관업무가 안보와 외교 등 무거운 업무만을 다뤄 소위 ‘물 좋은’ 상임위는 아니다. 다만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는 상임위라 선수가 높은 중진의원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후원금도 많은 편. 이는 오랜 정치활동으로 든든한 연을 맺은 후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인기 상임위로는 법사위와 정무위, 환노위를 들 수 있다. 이들 상임위는 몸싸움과 치열한 여야 공방이 불가피해 ‘피곤한 곳’으로 꼽힌다.
법사위는 1인당 3210만 원을 모금해 의외로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법사위 의원들 중 상당수가 변호사여서 동료 변호사들이 후원자로 많이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호사 출신이 아닌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모금액이 101만 원에 그쳤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최연희 의원은 휠라코리아 윤윤수 사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받는 등 총 1172만 원을 모금했다.
정무위는 1인당 2348만 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정무위가 금융부문을 소관하고 있어 금융 종사자들의 후원이 눈에 띄었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농협 양광회 심사역으로부터 200만 원의 후원을 받았고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조흥은행의 한 지점장으로부터 300만 원을 후원받았다. 반면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신세계건설 노태욱 고문에게서 200만 원, 벽강종합건설 이시복 대표이사에게서 500만 원을 받았다.
환경노동위(환노위)는 1인당 3016만 원의 후원을 받았다. 이인제 의원은 후원금이 595만 원에 불과해 ‘가난한 환노위원’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대권주자들의 후원금도 눈길을 끌었다. 대권주자들 중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주자는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뿐이다. 박 전 대표는 3635만 원을 후원받았다. 김인준 연세대 교수가 500만 원을 후원했고 유수복 대양건설 대표이사가 200만 원을 후원했다. 김근태 의장은 5796만 원을 모금했다. 문용식 나우콤 사장과 안우섭 동국대학교 포항병원장이 각각 500만 원을 기부했다. 예비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천정배 전 장관은 2739만 원, 한명숙 총리는 5996만 원,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7186만 원을 모금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