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 강병현 선수가 대치동 단대사대부고 체육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상준 감독은 전임 장일 감독(현 KCC 스카우터)의 뒤를 이어 중앙대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김유택, 강정수 등 중앙대의 전설로 통하는 선배들과 경합을 벌였다.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였다. 중앙대 선수들은 명지중학교 코치를 하던 김상준 감독의 등장이 썩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혹독한 훈련이 선수들의 반감을 샀다.
이들은 단체로 김 감독을 찾아가 훈련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너희들이 프로무대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 목표를 더 크게 세우자”고 설득했고 결국 선수들이 받아들여 긴장 관계가 해소됐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김 감독은 10월 안동에서 열린 2차 연맹전에서 연세대에게 패한 이후 지금까지 38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김 감독 취임 이후 중앙대는 44승 1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지원(정): 김 감독은 어떤 농구를 추구하는 스타일인가?
김상준(김): ‘빠른 농구’를 추구한다. ‘런 앤드 건’ (쉴 새 없이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플레이를 가장 선호하며 이것을 위해서는 강력한 수비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중앙대는 대학부에서 실점이 가장 낮은 팀이며 평소 훈련양의 절반이 수비에 집중됐다.
정: 중앙대 감독 부임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김: 명지고와 중앙대(87학번)를 졸업한 이후에 한국은행에서 6년간 뛰었고 97년 프로출범시 원주 나래 블루버드의 창단 멤버였다. 2년 후 대전 현대 다이넷으로 이적한 뒤 조성원, 이상민, 추승균 중심으로 팀이 재편되자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iTV, KBS, 강원방송에서 방송 해설가로 활약하다 2001년부터 6년간 명지중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정: 올해는 김 감독에게 최고의 한 해였는데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김: 08시즌을 단단히 준비하겠다. 아시다시피 농구대잔치 MVP인 강병현 선수와 주전 파워포워드 윤호영 선수가 졸업하기 때문에 전력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다. 아마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정: ‘제2의 허재’라고 불리는 강병현은 어떤 선수인가.
김: 한마디로 팀에서 소금과도 같은 존재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수비 등 전 부문에 다 능통하며 특히 상대팀의 주득점원을 철저히 봉쇄하는 수비 때문에 노리는 팀들이 많다.
부산중앙고를 졸업한 강병현은 중앙대학교 졸업반이다. 올해 처음으로 MVP에 오르는 영예를 누린 강병현은 신장이 큰(193cm) 가드다. 슈팅 가드인 그는 포인트 가드의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상대팀과의 매치업에서 신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독특한 장점 때문에 내년 프로농구 드래프트 시장에서 하승진, 김민수, 윤호영과 함께 1, 2, 3순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정: 지난 11월 군산에서 열린 2차 연맹전과 이번 농구대잔치 MVP를 모두 휩쓸었다.
강병현(강):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상을 받았다. 동기인 윤호영에게 많이 미안했다.
정: 많은 훈련양 때문에 감독과 선수들 간에 마찰까지 빚었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였나.
강: 1년 선배인 (함)지훈이 형으로부터 프로팀 가운데 모비스의 훈련 강도가 가장 세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형 말로는 모비스보다 중앙대의 훈련양이 더 많다고 하더라(웃음).
필자는 올 봄에 부산에서 부산 중앙고와 연습경기를 치르는 중앙대의 강병현을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었다. 잘생긴 외모에 현란한 드리블, 그리고 일대일 돌파 능력까지 갖추고 있고 슛도 정확한 강병현을 보고 스타탄생을 직감했었다. 아니다 다를까. 강병현은 이번 농구대잔치에서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 중앙대 김상준 감독(왼쪽), MVP 강병현 | ||
강: 물론 처음에 (하)승진이가 나온다고 했을 때 멍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현실로 받아들였다. 어느 팀이나 2미터 23cm의 승진이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 (김 감독에게) 강병현이 몇 번째로 지명될 것 같나.
김: 2번 아니면 3번이라고 예상한다. 지금 프로에 가드가 부족하다. 센터인 하승진, 파워포워드인 김민수, 윤호영, 차재영과 달리 병현이는 포지션이 가드이기 때문에 희소 가치가 더 있다고 본다. 하승진을 1번으로 보고 2번부터는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정: (다시 강병현에게) 어떤 컬러의 팀으로 가고 싶은가.
강: 빠르고 수비가 좋고 속공을 많이 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 지금의 중앙대처럼 말이다.
정: (인터뷰를 위해 멋진 양복을 준비한 강병현을 보면서) 스타일이 참 멋지다.
강: 난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래서 미용실을 자주 가는데 평소 감독님도 멋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시기 때문에 퍼머나 염색도 가끔 한다.
정: 사귀는 여자 친구는 있나?
강: 운동에 전념하느라 아직 사귀지 못했다. 얼굴은 심은하 씨처럼 단아하게 생긴 스타일을 좋아한다. 강병현은 외모부터 튄다. 곱상하고 자그마한 얼굴에 귀티가 줄줄 흐르지만 강인한 체력과 만만치 않은 리더십을 갖춘 차세대 프로농구 스타다. 내년 프로농구계에 또 다른 ‘오빠부대’의 탄생을 예고하는 강병현은 올시즌 신인왕을 다투는 김태술, 양희종, 함지훈에 이어 ‘꽃미남 농구 스타’의 계보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