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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은 아직 1년 3개월이나 남았지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여당은 후보들의 낮은 지지도에, 야당은 후보들 간의 과잉경쟁에 골머리를 앓으며 정계개편과 주자간 합종연횡에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만큼 주자들의 지지도는 조사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공식 활동을 재개하며 언론 노출빈도가 높아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1위를 탈환했고 고건 전 총리의 완만한 하락세는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2205명을 대상으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ARS 전화조사 방법으로 실시했다. 95%의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09%다.
조사 결과 대선주자 중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6.8%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9%, 고건 전 총리가 19.8%였다. 민심대장정을 떠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4.1%로 4위를 차지했다. ‘마이너리그’를 펼치고 있는 하위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 3.4%로 열린우리당 주자들을 제쳤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3.1%,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8%,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1.6%였다.
남성유권자의 경우 박 전 대표 24.7%, 이 전 시장 23.6%, 고 전 총리 20.6%로 오차 범위 내의 차이를 보였으나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가 28.8%로 고 전 총리(18.9%)와 이 전 시장(18.4%)을 크게 앞섰다. 직업별, 학력별로는 박 전 대표가 40대 이상, 저학력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이 전 시장은 사무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 대비를 이뤘다. 고 전 총리는 모든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대외 활동을 자제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에게 지지율 1위를 양보했으나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조금만 움직여도 지지율이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며 “한마디로 바람을 탄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서왔지만 박 전 대표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며칠사이 박 전 대표가 1위를 탈환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 보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48.7%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이 지역에서 18.1%를 얻은 이 전 시장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부산·경남에서는 박 전 대표 34.2%, 이 전 시장 22.4%다. 반면 이 전 시장은 서울지역의 지지율에서 32.1%로 박 전 대표(17.6%)를 크게 앞섰다. 이는 이 전 시장이 전임 서울시장이라는 프리미엄과 행정수도 문제에 적극 반대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수도 문제는 대전·충청의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적극 반대한 이 전시장이 12.2%를 얻는데 그쳤지만 행정수도 문제에 소극적이고 애매한 태도를 취한 박 전 대표는 28.6%를 얻어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고 전 총리 1위를 차지했다. 광주·전남에서는 47.1%, 전북에서는 38.5%를 얻어 호남 민심은 고 전 총리를 여권의 대안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북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이곳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텃밭으로 인식돼왔으나 정 전 의장은 이 지역에서 12.0%를 얻는데 그쳐 12.9%를 얻은 한나라당 박 전 대표보다 지지도가 낮았다.
연령별로는 3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박 전 대표가 1위였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31.8%를 얻어 2위인 이 전 시장(21.6%)을 10%이상 앞섰다. 30대에선 고 전 총리가 23.9%를 얻어 박 전 대표(20.9%)와 이 전 시장(17.8%)를 앞섰다.
소득별 지지율에서도 박 전 대표는 상층을 제외한 전 계층에서 1위였다. 자신을 상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29.3%가 고 전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박 전 대표는 18.3%, 이 전 시장은 16.0%를 지지했다.
직업군으로 살펴보면 가정주부의 31.9%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해 박 전 대표는 여성 유권자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고 전 총리는 21.1%, 이 전 시장은 16.2%였다. 특이한 것은 농림어업 종사자의 35.1%가 박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이 전 시장은 3.9%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고 전 총리는 21.3%였다. 반면 사무직 종사자들과 자영업자들은 사이에서는 이 전 시장이 각각 23.2%, 29.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시장의 ‘경제 CEO’ 이미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 지지자별로 분석할 때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를,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지지자들은 고 전 총리를 지지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46.3%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해 28.7%를 얻은 이 전 시장을 크게 앞섰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자 중 32.3%는 고 전 총리를, 10.5%는 정 전 의장을, 8.2%는 김 의장을 지지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 중 10.7%는 이 전 시장을, 8.8%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채를 띄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민주당 지지자의 52.3%,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19.9%를 얻었으며 이 전 시장은 민주당 지지자의 11.1%,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23.3%를 얻었고 박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의 8.8%,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11.2%를 얻었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23.6%를 획득했다.
한편 조사에서 답변을 피한 부동층은 17.7%로 젊은층(20대 23.9%), 경제적 하류층(25.5%), 지역적으로는 강원(28.9%) 충청(22.9%),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지지자(18.7%)가 많았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