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을 방문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사마란치 IOC 명예위원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연합뉴스 | ||
김 전 부위원장은 공식직함 없이 한국올림픽위원회(KOC)의 초청을 받아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렀다. 11일까지는 지인들을 만나는 수준이었지만 이날 복권 사실이 알려지면서 13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명예위원장이 김 전 부위원장의 숙소까지 축하방문을 하는 등 모처럼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자신이 반평생을 바친 올림픽 운동의 최일선에서 복권 소식을 접했기에 ‘거인의 귀환’은 더욱 극적이었다.
지난 14일 베이징 시내 코리아하우스가 위치한 프라임호텔에서 만난 김 전 부위원장은 더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심경 토로는 정확히 두 가지로 크게 엇갈렸다. 과거에 대해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모든 질문에 대해 소상히 밝혔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지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IOC 위원 복직에 대해 김 전 부위원장은 “법적으로 아직 복권이 이뤄지지 않았다. 복권 사실이 알려진 것도 겨우 이틀째다(웃음)”라며 직답을 피했다. 하지만 자국내 문제로 IOC 위원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복권 후 이를 되찾은 사례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IOC 위원 복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복직 절차에 대해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사람마다 달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총회나 집행위원회 등 형식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IOC 위원으로 전격 컴백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까닭에 전화로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얘기에 ‘주요인사를 밝혀달라’고 하니 일단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베이징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을 빼고 세 명만 꼽아달라는 주문에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총재,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꼽았다. 가만히 보니 짧은 순간이었는데 정치 종교 스포츠쪽 인사를 순발력 있게 택한 듯싶었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사마란치의 축하인사에 대해서는 “사마란치가 정의(justice)가 이뤄졌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전 한국정부가 부당하게 ‘닥터 김’을 탄압할 때 IOC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며 위로했다”고 전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히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서도 “그동안은 법적으로 복권 전이었기 때문에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었는데 이제 역사 앞에 모든 것을 밝히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첫 단추로 15일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일요신문>과 특별인터뷰를 갖게 된 것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베이징에 있는 동안 편안한 분위기에서 북측인사들을 만났다. 앞으로 남북한 스포츠 관계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