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황 이사장은 선생님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만큼 학교 설립이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했다. | ||
시골학교의 선생님이었던 해리 황은 30세이던 198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아칸소주립대학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천성적으로 성실하면서 유난히 꿈이 컸던 그는 2년 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갔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마트, 세탁소, 음식점, 청소용역 등 소매업이나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머물러 있었지만 황 이사장은 시작부터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에서 사업권을 따내는 데 주력했다.
처음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얻었다. 휴게소 5개에서 시작했지만 2년 만에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휴게소의 90%를 장악할 정도로 순식간에 ‘떼돈’을 벌었다.
하지만 90년대 초 엄청난 돈을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쓰라린 사업실패를 맛봤고, 다시 상가운영 등으로 재기했다. 그러던 중 1995년 12월에는 그 까다롭다는 카지노운영권을 따냈고, 1997년 7월 LA카지노를 오픈했다. 재미있는 것은 황 이사장 본인은 카지노 게임은 물론이고, 고스톱도 칠 줄 모른다는 사실. “저는 도박의 디귿자도 모릅니다. 골프의 천국인 미국에서 골프채를 잡아보지도 않았어요. 한국에서도 카지노 하면 이미지가 안 좋은데 전 순전히 사업을 한 것입니다.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카지노를 통해 돈을 모아 고향(전북 김제)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 그때 꿈이었죠.”
신문에 간간히 사진이 실릴 정도로 잘나가던 해리 황은 2001년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된다. 잘 알고 지내던 카운티 시장이 휴양 차 멕시코로 가는데 5000달러를 지원해달라고 해서 건넸는데 이 과정이 FBI에 의해 모두 녹화 및 녹취됐다. 바로 함정수사에 걸린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함정수사가 합법이다. 동양인이 너무 잘나가는 것이 탐탁치 않았던지 FBI가 꼭 집어 수사망을 던진 것이었다. 범죄영화 같은 과정을 거쳐 미연방교도소에 며칠 수감되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미국 최고 수준의 변호사를 동원한 긴 법정싸움을 거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하면서 카지노 사업에 환멸을 느꼈다. 조건 없이 카지노를 정리했고 1년이 넘도록 푹 쉬기만 했다. 이러던 중 ‘교사 본능’이 되살아났다.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평생의 꿈인 학교를 언제 세우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스포츠였을까. 황 이사장은 “시작이 선생님이었던 까닭에 학교 설립은 평생의 소원이었어요. 그런데 어떤 학교를 세울까 생각을 하다가 미국이 스포츠 강국인데도 이상하게도 한국의 한국체육대학과 같은 스포츠 종합대학이 없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몸은 물론이고, 동양에서 중시하는 인성교육 등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라고 밝혔다. ASU는 실제로 지난해 말 한체대와 상호교류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저 성공한 재미교포 사업가로 한인들의 크고 작은 체육행사에 스폰서로 참석하기만 했던 황 이사장은 현재 재미대한야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최근은 미국태권도협회장 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해리 황 이사장은 1998년 성공한 재미교포 사업가 33명의 스토리를 다룬 책 <달러를 캐는 사람들>(행림출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 NHK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는 미국에서 자녀교육에 성공한 사례로 주목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의 <성공시대>라는 TV프로그램이 취재까지 왔다가 FBI와의 다툼으로 인해 방영이 무산되기도 했다.
ASU는 오는 5월 9일 캠퍼스 내의 거리에 ‘Walk of Fame’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무비스타들이 할리우드에서 손도장을 찍듯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들이 샌버나디노의 ASU 캠퍼스에 발자국을 새긴다는 것이다. 300만 달러의 예산을 준비 중이며 무하마드 알리, 매직 존슨, 잭 니클로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들을 대상으로 교섭에 착수했다.
일부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지나치게 큰 프로젝트라는 비난이 있지만 황 이사장은 “꿈이 없으면 안 된다. 28년 전 맨손으로 미국에 온 한국청년이 카지노 사장이 되고, 4년제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겠는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겠다”라고 말했다.
대학 이사장이지만 해리 황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닌다. 담배꽁초를 줍고, 학생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심지어 페인트 작업 등 궂은 일까지 직접 한다. 성공한 약사였던 아내는 일손이 달릴 때면 구내식당에 나와 일을 돕는다. 벤츠 렉서스 등 고급승용차가 있지만 출퇴근할 때는 학교 시큐러티 차량을 타고 다닌다.
“샌버나디노 시장에 출마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는 해리 황은 인터뷰가 끝났을 때 밤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30분간 본관 입구에 왁스를 칠한 후 귀가했다.
샌버나디노(미 캘리포니아주)=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