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야! 지난달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위)에서 종아리 근육을 다친 뒤 지난 1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북한전에 출전한 조원희. 투혼을 앞세운 무리한 출전에 프로의식 결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EPL 시즌 아웃과 맞바꾼 출전
동료 선수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조원희(위건)가 데뷔전도 못 치른 채 프리미어리그에서 맞은 첫 번째 시즌을 훌렁 날렸다. 위건은 지난 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주 조원희가 영국에 돌아오자마자 검사를 했는데 종아리근육 파열을 확인했다”라고 밝히며 시즌 아웃을 알렸다.
잉글랜드에서는 부상과 관련해 3단계 진단을 내리는데 1등급은 경미한 상태이며 3등급은 심각한 수준을 뜻한다. 이 때문에 3등급 부상이란 진단을 받은 조원희는 앞으로 회복에만 3~4개월을 쏟아 부어야 한다.조원희의 시즌 아웃은 그의 탓이 컸다.
조원희는 지난달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을 다쳤는데 무모하게도 지난 1일 남북전 출전을 강행했다. 이라크전 다음날 종아리 초음파 검사를 받고 근육 파열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반드시 뛰고 싶다”는 뜻을 코칭스태프에게 전했다.투혼이라는 이름의 무모한 출전. 그 대가는 매우 컸다.
조원희는 종아리 근육 2개가 파열되는 중상 판정을 받았고 위건에서의 입지가 불안한 가운데 6~8주 정도를 치료 및 재활에만 쓰게 생겼다.조원희의 시즌 아웃을 두고 프로 의식이 결여된 선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표팀 의료진과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코칭스태프는 근육 파열이 우려된다는 의사의 진단을 북한전을 앞두고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자존심은 회장 연봉?
축구협회는 지난달 19일 “2월 협회 이사회 의결로 1월 22일 제51대 수장에 오른 조중연 회장에게 월급 1100만 원과 일정액의 업무 추진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월급으로만 따진 조 회장의 연봉 총액은 1억 3200만 원이지만 사실상의 급여인 업무 추진비를 포함할 때 액수는 더 올라간다. 2억 원 안팎이라는 말이 있다.
조 회장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한동안 이를 두고 축구계에서 말이 많았다. 전임 정몽준 회장은 무보수로 일했는데 조 회장이 무슨 근거로 억대 연봉을 받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냉정하게 말해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아닌 경기인 출신 상근 회장이 월급을 받는 건 비판을 받을 일이 아니다.
현재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이누카이 모토아키 일본축구협회장도 월급을 받는다. 국내만 봐도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1억여 원의 연봉을 받는다.
본 회의가 끝난 뒤 따로 논의됐고 이사들이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 한 고위관계자는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KBO 총재보다 무조건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왠지 1980년대 유명 코미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IB스포츠 축구도 먹는다?
남북전이 열린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하프타임에 ‘피겨퀸’ 김연아가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했다. 경기 전날 17시간의 시차가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한 김연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있었다. 뜻밖의 축구경기장 방문 이유에 대해 김연아는 “항상 응원만 받다가 한번 응원도 해보고 싶어서 축구장에 왔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답변’이 나오긴 했지만 김연아의 축구장 방문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그중 하나가 FC 서울과 축구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과 계약한 IB스포츠가 축구계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소속사 간판스타인 김연아를 활용했다는 것이다.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최근 축구에 큰 관심을 보인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에이전트 2명을 영입했고, 이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타선수들과 계약하면서 축구 쪽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IB스포츠가 기성용과의 계약을 발표한 건 지난 7일이었지만 접촉을 시작한 건 훨씬 이전부터다.
IB스포츠는 지난 겨울부터 기성용 영입에 공을 들였고 그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계약금과 금년 안에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IB스포츠가 기성용과의 계약을 발표한 뒤 상당수 축구 에이전트가 “이제 축구계에서도 거대 기업과 손을 잡은 공룡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IB스포츠는 최근 단행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가 104억 원 규모를 전액 납입했다고 밝혔는데, 트리니티는 효성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지분의 80%,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3남 조현상 전무가 각각 1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당시 이희진 IB스포츠 대표는 “IB스포츠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효성 계열사와 협력하게 될 것”이라며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박인비(골프), 김요한(배구) 등의 선수를 관리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스포츠로 선수 매니지먼트를 확대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홍글씨를 지운 이운재
축구협회는 지난 6일 제51대 조중연 회장 취임을 맞이해 축구계 화합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며 대대적인 사면을 단행했다. 금품수수, 승부(경기)조작, 성희롱, 상급기관(대한체육회) 결정에 따른 징계자를 제외한 모든 대상자(현재 본회 재심청구자 포함) 49명 중 철저한 심사를 거쳐 총 27명의 주홍글씨를 지워줬다.
▲ 지난 1일 남북전에 ‘피겨퀸’ 김연아가 참석했다. 유장훈 기자 dokulove@ilyo.co.kr | ||
이운재는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협회 주최 대회 출전정지 3년과 대표 자격정지 1년, 사회봉사 명령 80시간 징계를 받았다. 이운재는 지난해 10월 자격정지가 해제돼 대표팀 복귀에는 성공했지만 내년 11월 2일까지 FA컵에 뛸 수 없어 마음 한편이 항상 무거웠다.
하지만 이번에 사면을 받음에 따라 올해부터 소속팀에 힘을 보탤 기회를 잡았다.한편 이번 사면에서 승부 조작 사건에 가담했던 아마추어 K3리그 선수들은 구제를 받지 못했다. 당시 적극 가담 선수 1명은 제명되고 12명은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의 출전정지 제재를 받았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정치는 정치고 스포츠는 스포츠라는 말이 있지만 2009년 봄 한반도에서 스포츠도 정치였다. 북한대표팀 김정훈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인터뷰에서 취재진이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우리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호칭에 신경을 써 달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국인 기자가 ‘축구가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라고 묻자 “내일 경기에 관해서만 물어보라”고 질문자를 쏘아붙인 뒤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김 감독의 ‘까칠함’은 경기가 끝난 뒤 극에 달했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일부 취재진이 자신 앞에 있던 책상에 디지털 녹음기를 올려놓자 “치워라. 치워”라고 말하며 버럭 화를 냈다. 애써 분을 삭이는 듯 보이던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식중독에 걸렸는데도 국제연맹(FIFA)에서 하라고 해 경기를 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행된 경기에 대해 더 말하기도 싫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이어 “정대세의 머리를 떠난 공이 분명히 문전(골라인)을 넘어섰는데 심판이 이를 무시했다”라며 “경기하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고 싶은 말만 따발총처럼 쏘아댄 김 감독은 “질문은 약하겠다(생략하겠다). 물어볼 말이 많은 건 알겠지만 이것으로 맺겠다”라며 뒤도 안돌아보고 사라졌다. 김 감독이 씩씩거리며 출국한 뒤 북한축구협회는 지난 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반공화국(반북) 대결 책동의 산물’이다”라고 주장한 뒤 “우리는 FIFA가 경기 전 과정을 검토하고 적중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제소하긴 했지만 경기의 승패가 뒤집히거나 재경기가 실시될 확률은 없다. 경기를 앞두고 호텔 선정 및 식음료 검수를 북한이 담당한 데다 그동안 FIFA 주관 경기에서 주심의 판정이 경기가 끝난 뒤 번복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억지주장을 편다면서 잠자코 있던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축구협회의 성명이 나오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북한이 발표한 성명만 봐도 정치적 색깔이 짙은 주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것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라고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다만 정대세의 슛에 대한 심판의 노골 판정에 대해서는 “심판 판정 등 기술적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