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아마복싱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국제연맹으로부터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올림픽 복싱경기 자료 사진. | ||
#KABF 회장 징계 요구
지난 5월 28일 AIBA는 KABF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한국 선수 및 임원의 국제대회 참가를 전격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어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오는 9월 세계선수권(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AIBA가 내세운 한국 징계의 사유는 두 가지다. ‘KABF가 5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무자격 팀 닥터를 파견했고, 또 앞서 대표 선발전에서 잘못된 계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AIBA는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는 물론이고 KABF의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회장 박용성)에 유재준 KABF 회장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AIBA의 징계에 KABF는 “올 초 KABF 회장 선거에서 진 일부인사들이 AIBA의 김호 사무총장과 우칭궈 회장(63·대만 IOC 위원)에게 로비를 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작은 잘못을 크게 부풀려 정당하게 선출된 한 국가협회의 수장을 몰아내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AIBA의 징계위원회는 7월 8~9일 방한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하며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스위스 로잔의 AIBA 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김호 AIBA 사무총장과 국제전화로 인터뷰하고 KABF의 유재준 회장과 오인석 전무도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김호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가 KABF를 징계하지 않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선수들의 세계선수권 출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단 KABF 임원 대신 대한체육회 임원이 선수단을 인솔해야 한다. 그리고 징계해제는 이번에만 적용되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국 아마복싱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KABF 내분의 결과?
올 초 KABF 회장 선거에서 복싱인 출신의 유재준 능전건설 회장은 이전 집행부가 민 이경재 프로야구 한화 대표이사 회장(당시 KABF 부회장)과 맞붙었다. 팽팽한 선거전에서 표수가 10 대 10 동수가 나왔고 당시 의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유재준 회장이 당선자로 결정됐다. 오인석 KABF 전무는 “선거 직후 말들이 참 많았다. 오랫동안 KABF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득권층이 유재준 회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선거 직후 한국 사람인 김호 AIBA 사무총장을 통해 현 집행부를 공격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호 사무총장은 “그런 일은 없다. 나는 스포츠행정 전문가로서 2006년 우칭궈 회장이 AIBA의 수장으로 당선되면서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솔직히 복싱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이번 한국징계도 집행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 해명했다.
#AIBA의 정치적 보복?
IOC 위원인 우칭궈는 2006년 AIBA 회장 선거에서 20년간 국제 아마추어 복싱계를 좌지우지한 안와르 초드리 회장(86)을 극적으로 제치고 권좌에 올랐다.당시 유 회장은 선거전에서 초드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우칭궈와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참고로 당시 KABF 집행부는 유재준 현 회장의 반대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유재준 회장은 “내년 AIBA 선거를 앞두고 확실하게 한국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칭궈 회장은 4월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KABF 회장을 쫓아내라”고 주문했다.
오인석 전무도 “어이가 없을 정도다. 잘못이 있으면 진상조사를 한 후 징계를 해야지 먼저 징계를 하고 진상조사를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그리고 3월에 AIBA가 공문을 보내왔는데 한국에서 KABF가 소송을 당했다고 돼 있다. 당시 소송이 없었는데 조금 후 반대파가 현 집행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게 너무 들여다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호 사무총장은 “잘못을 시인하고 AIBA와 성실하게 대책을 논의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이제 AIBA의 입장은 단호하다”라고 말했다. AIBA는 기존 KABF 대신 새로운 국가협회를 승인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부산 대회로 불똥
AIBA의 한국 중징계 사태는 2011 부산아마복싱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번졌다. 부산시는 지난 7월 11일 AIBA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최 협약식을 갖기로 했으나 직전에 이를 연기했다.부산시 측은 “사태(한국 중징계)의 추이를 살펴가며 협약식 개최 시기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회 유치금과 유치과정이다. 먼저 부산시는 대회 유치를 조건으로 AIBA에 2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전례가 없는 큰 액수다. 이에 부산올림픽유치위에서 활동한 바 있는 김호 사무총장이 KABF를 배제한 채 AIBA의 돈벌이를 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김호 사무총장은 “유치금을 크게 인상하는 것이 AIBA의 방침이다. 이 같은 액수는 이후에도 계속 적용될 것이다. 부산만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일단 KABF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계체는 국내 문제인데 AIBA가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규정에도 없는 팀 닥터 파견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AIBA 측이 시종일관 유재준 회장이 물러나야 징계를 풀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2011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결격사유도 없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