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의원 | ||
소장파 그룹의 리더이자 당내 비주류세력의 대변자로 불리던 원희룡 의원이 17일 대선 도전에 대한 공식 의사를 밝히면서 그동안 ‘빅3’로 불리던 한나라당 대선후보군이 다자구도로 바뀐 것이다. 원 의원의 ‘대권을 향한 꿈’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이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대권후보군에 뛰어든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여타 후보들도 내심 원 의원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당내 분위기에도 야릇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크게 앞서 나가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나 박근혜 전 당 대표의 모습을 분명히 바라보면서도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 과연 원희룡 의원의 대선출마선언 배경과 그의 흉중에 담긴 속내는 무엇이며 빅3의 계산법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살펴봤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줄곧 ‘빅3’의 대결로 굳어지던 대선 레이스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 왔던 원 의원은 드디어 결심을 굳히고 지난 17일 공식적으로 대선후보 당내 경선 출마를 발표했다. 하지만 원 의원의 대권 행보는 이미 오래전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월 당 대표 경선에 불참했을 때부터 원 의원의 대권 도전은 예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지난 11월 말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며 조만간 출마 의사를 밝힐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시점을 좀 더 앞으로 돌려 지난 10월 초로 돌아가 보자. 당시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한나라당 대권후보 ‘빅3’ 중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공개지지’ 의사를 밝히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당시 소장파들의 모임인 ‘수요모임’의 대표 남경필 의원은 ‘대권 경쟁의 다자구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손 전 지사를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소장파들의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지는 ‘손학규에 대한 호감도’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바람직한 3자구도 만들기’에 더 명분을 두고 있었다. 또한 이는 ‘소장파의 해체론’까지 제기됐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기도 했다.
당시 소장파 내에서는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었다. 남경필 의원이 손 지사의 지지에 대해 ‘수요모임의 공식 입장으로 보진 말아 달라’는 주문을 했던 것도 이와 같은 내부의 상황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요모임이 언제든 ‘말을 바꿔 탈 수’ 있는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수요모임의 대표 주자인 원 의원이 대선도전을 고민했던 것에는 이와 같은 분위기가 적지 않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이 당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요모임은 원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한동안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지난 15일 ‘공식지지’가 아닌 의원들의 개별성향에 따른 지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의원 또한 현 시점에서 수요모임의 세를 업고 가기는 힘든 분위기라는 것을 사전에 감지한 듯 보인다. 원 의원은 “수요모임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경선 출마의 마음을 굳혔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원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인한 파괴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단 원 의원으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는 손학규 전 지사다. 손 전 지사 지지 세력의 주를 형성하고 있는 개혁세력과 일부 중도세력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설 및 원 의원의 중도사퇴론에 대한 전망도 제기됐다. 원 의원이 세를 불리고 난 뒤 당내경선 시점에 출마를 철회하면 손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당내 경선에 꼭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 측은 원 의원의 출마에 대해 “당내 개혁세력을 넓혀간다는 뜻에서 좋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최근 원 의원이 손 전 지사를 찾아 경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두 사람 모두 개혁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 한 관계자는 “손 전 지사 또한 당내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이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대표성’을 띠고 함께 세를 만들어가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분위기는 표면적으로는 태연한 듯 보인다. 이들 캠프에서는 원 의원의 지지 세력이 미미한 데다 대권후보군으로서 원 의원의 캐릭터가 자신들과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친이’ 인사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관계자는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대선이 먼 시점이라 원 의원 출마로 인해 여러 가지 돌발적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원 의원의 출마는 이미 예견한 바였고 그것이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지 않는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원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한나라당 내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술렁거리고 있다. 이미 고진화, 권오을 의원도 대선 도전 의사를 공공연히 밝힌 바 있어 이들의 공식 출마선언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이 당내 경선에 모두 참여할 경우 각 주자들의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라당 대권경쟁은 빅3 구도로 안정돼 있는 듯 보이지만 이들 군소 주자들의 이합집산이 벌어질 경우 잠재적인 변수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대선주자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소 주자들의 움직임도 언제까지나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희룡 의원의 대선출마로 불이 지펴진 ‘잠룡’들의 꿈틀거림이 어떤 지형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궁금하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