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송영길 의원이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인천시장을 거쳐 국회에 재입성했다. 기분이 남다르겠다.
“정말 초선의원과 같은 심정이다. 현재 그런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이미 지난 총선 출마 당시부터 일찌감치 차기 당권에 대한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그렇다. 당시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았나. 특히 제가 출마한 인천에서 여섯 분 중 세 분이 탈당하셨다. 당 자체가 큰 위기 상황이었다. 결국 탈당 의사가 있다는 것은 당시 지도부가 맘에 안 든다는 얘기였다. 문재인, 김종인 지도부가 싫다는 것이었다. 당장 저라도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안됐다. 제가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국민의당 인기가 인천에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했다.”
―어찌됐건 당권 도전에 나서게 됐다. 송영길만의 장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자. 모든 사람은 부족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시기에 적절하고 필요한 리더십이 있다. 시대적 요구사항과 내가 가진 리더십의 장점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현재 필요한 리더십이 뭔가.
“현재 필요한 것은 유능한 경제정당이다. 이것을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저 송영길이다. 지금까지 경제정책을 집중 연구 및 공략해 왔다. 상임위도 재경위를 거쳤고, 무엇보다 4년 동안 인천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 투자유치를 이끈 바 있다.”
―시정 경력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인가.
“저 스스로 인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부한다. 세계적 기업 유치를 통해 인천의 저부가가치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유능한 경제정당의 당대표로서 나아가고 싶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 아닌가.”
―호남 출신으로서 ‘호남대표론’을 강조하고 있다. 잃어버린 호남 민심을 되찾고자 한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호남 민심의 핵심은 결국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희망을 보여주려면 앞서 말한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수권정당이 되어야 한다. 정권교체는 후보자 개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당 전체의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호남 민심으로 하여금 ‘저 정당에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호남대표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일을 굳이 호남 출신 의원이 이뤄야 하는가.
“꼭 호남 출신이 아니어도 된다. 호남 민심의 회복은 당 모든 구성원의 공통 과제다. 우리 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다 고민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호남 출신이 좀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뿐이다.”
―오히려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는 송영길의 ‘호남대표론’ 자체가 ‘당이 호남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저는 호남 출신이면서도 인천에서 4선을 했다. 절대 호남에만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우리 당은 호남에 갇히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게 아니다. 배부른 소리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호남을 되찾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또 저는 단순한 호남 출신이 아니다. 그저 호남에서 태어나 입신양명해서 잘 먹고 잘 산 놈이 아니다. 5·18 때 광주에서 친구(대동고 3학년 재학시절 고 전영진 군)를 잃었고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아픔과 시대적 명제를 부여안고 고민해온 것이 제 삶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물론 86세대가 기성정치의 관성에 물들어서 타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나태해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분명 겸허하게 수용하고 진화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용도폐기’는 아니다. 군사독재시절 학생 운동한 것 자체가 무슨 폄하될 문제는 아니지 않나. 또 그러한 비판 자체가 86세대 전체를 싸잡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그렇고 지금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86 출신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나. 저 지금도 24평짜리 전세 아파트서 살고 있고, 시정 4년 내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했다. 지금도 그런 자세로 살고 있다.”
― 당에 현존하는 숙제는 뭔가.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려시대 개혁 중 하나가 사병혁파 아니었나. 우리 당도 지금 고려시대 사병처럼 각각 정치인들의 지지자와 팬클럽들의 연합조직처럼 돼 있다. 무엇보다 당의 기간당원 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 중심은 기간당원에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선 당원의 연수, 교육, 훈련, 권리부여 등을 체계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당원들이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 당 자체가 리더십을 배양시키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당 조직을 바로잡고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언제까지 일 생길 때마다 외부에서 사람 찾으려고 해야 하나. 당에서 사람을 키워야 한다. 만날 외부에서 사람 빌려오고 하면 안 된다. 혁신안을 낼 때도 만날 외부 인사들에게 우리 당의 운명을 맡겨왔다. 이는 우리 스스로 무능을 고백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연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해오면 결국 사적인 계파가 형성되지 않나. 이래선 안 된다.”
―차기 당대표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이끌어야 한다. 경선 방법론에 대한 견해는.
“지금 딱 ‘이렇다’ 라고 말씀 드릴 수는 없다. 저도 스터디를 해야 하고. 다만 공정한 룰이 되려면 후보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비교 및 수렴해야 한다. 특정 후보에 유리한 룰은 효용성이 없다. 본선 경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이러한 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되도록 많은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
―김부겸 의원을 중심으로 박영선, 이종걸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제 김부겸 의원과 술 한잔 했다. 김 의원 스스로 단일화 논의 사실을 부정하더라(실제 김부겸 의원은 6월 23일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보단 본인 스스로 출마하고 싶은 다른 후보 쪽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것이 곧 진영 논리 아닌가. 단일화는 누구를 배제하기 위한 동맹이다.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하는 동맹이다. 지금 국민의당으로 대거 탈당하는 마당인데 또 이 안에서 친노니 비노니 할 필요가 뭐 있겠나.”
―지난 총선 당시 탈당한 이해찬 의원의 복당 여부에 대해선.
“복당하셔야 한다. 당연하다. 대선을 앞두고 이해찬 의원의 복당을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제가 당대표가 되면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이해찬 의원을) 복당시키고자 할 것이다.”
―여전히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데.
“김종인 대표 본인이 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김 대표 스스로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다시금 불붙고 있는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통령중임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집권 형태에 대한 개헌은 너무 복잡하고 힘든 부분이 많다. 다만 원포인트 개헌을 통한 결선투표제는 도입해야 한다.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민주정당성의 보강, 둘째는 국민의 선택권 보장, 세 번째는 연합정치의 투명화다. 이 부분은 깊이 고려해봐야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