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여옥 의원(왼쪽)과 <폭풍전야>. | ||
전 의원은 비교적 많은 부분을 할애, 노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열린 여야 영수회담 비화를 소개한 것이 눈에 띄는 부분.
특히 전 의원은 “당시 영수회담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가 정부 정책 실패를 조목조목 비판하자 노 대통령은 짜증스러워 했다”면서 “노 대통령이 다음 주제에 관한 수치를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물었고 김 실장이 꽤 두꺼운 파일을 뒤져가며 ‘2000년도에는…’이라고 하자 노 대통령이 ‘누가 그것을 이야기했나. 2010년도지. 아니 그것도 못 찾느냐’며 김 실장을 쳐다봤다”고 전했다.
영수회담이 끝난 이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차를 권해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과 커피를 마시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청와대 관계자가 인삼차를 가져오면서 “커피 다시 가져오려면 시간 많이 걸리니 그냥 드셔라”고 해 이 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짤막한 일화도 덧붙였다.
또한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의 긴 연설 스타일을 지적하면서 지난 2006년 여성 지도자 하례식 때 노 대통령이 무려 1시간 15분간 연설을 해 40대 중반의 저명한 여성 지도자가 발에 쥐가 나 쓰러졌던 일화도 공개했다.
대변인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있었던 에피소드도 빼놓지 않았다.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대졸 대통령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을 당시 박 대표를 찾아가 “대변인을 그만두겠다”라며 눈물을 흘렸으나 박 대표가 “인터넷에도 들어가지 말고 무시하라. 다름 사람들 뭐라 하던 상관 말고 견뎌내라”며 만류한 사실을 공개했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인기가 상승할 무렵 신기남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손녀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한 말을 두고 박 전 대표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손녀가 없기에 다행이라는 말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라며 흥분했다는 기억도 전했다.
동료 정치인들의 숨겨진 모습도 여과 없이 공개했다. 전 의원은 “언론에 ‘젊은 피’로 알려진 A 의원은 참신한 이미지와는 달리 술독에 빠져 살다시피 했고, 상임위에는 눈도장만 찍는 등 매우 불성실하기 그지없었다. 한나라당 주요 당직을 맡았어도 골프를 치러 나갔으며, 급히 상의할 일이 있어 찾으면 항상 ‘외국 가셨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B 의원에 대해서는 “100% 살균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코에 걸고 다니지만 그에게는 ‘옛날에 어떻게 해먹었다더라. 그래서 한 1년 정치판을 떠나 해외에서 보내고 왔다더라’는 과거사가 그림처럼 따라다닌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인터넷 세대인 것처럼 각인된 C 의원은 네티즌과의 실시간 대화 때 자신이 쭈뼛거린 것을 두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영문타자를 주로 쳤기 때문에 한글타자에는 약하다’는 변명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당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D 의원에 대해 의원회관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소문은 그가 ‘컴맹’이라 홈페이지에 올라온 리플이나 게시물 작성 등을 모조리 비서들이 대행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4선 중진 E 의원이 밤 11시에 자신의 집 앞으로 찾아왔던 일화도 전했다. 집 근처 대형할인점 앞에서 E 의원을 만났다는 전 의원은 “E 의원의 번쩍 든 두 손에는 300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고, 그는 마치 아버지처럼 너그럽고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걸어왔다”는 후일담을 전하면서 ‘정치 9단들은 방문판매원과 같다’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이밖에도 전 의원은 “G 의원은 ‘수구꼴통’이라 낙인 찍혀 있지만 실제 그를 접하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팬덤(열성팬)이 형성된다. 뇌출혈로 쓰러진 부인을 20년 가까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온 ‘열부’이고 식사 때에도 음식 제한선을 매운탕, 삼계탕으로 삼을 만큼 돈 문제 역시 깨끗하다”며 신망을 드러냈다.
정계에 입문한 직후에는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격렬하게 싸웠으면서도 쉬는 시간에 서로 악수하고 껴안은 모습을 목격, 심하게 놀랐던 기억도 소개했다.
여당 중진의원과 출장 뒤에 비행기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도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전 의원은 이 의원이 심각한 얼굴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고 물어 “대부분 영어 의사소통에는 문제 없는 정도”라고 답했다고.
그러자 이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의식화돼 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우리는 공통분모가 있다. 아무리 서로 싸우고 난리를 쳐도 어떠한 시점에 가면 목표를 위해 전략적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될 수 있다. 대선? 아무리 우리 지지율이 바닥을 기어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막판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낼 것이다”라는 말로 맞받아쳤다고 전 의원은 전했다.
각종 선거 및 공천 과정의 비화들도 소개했다. 지난해 4월 30일 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 도전 8수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진구 의원(충남 아산)은 공천 단계에서 1억 원의 통장 사본을 공개하면서까지 힘겹게 최종 출마자로 결정됐는데, 실제 통장에 있던 돈은 남에게 빌려 잠깐 입금시킨 것이었다는 비화를 전했다.
또한 전 의원은 입심 좋은 H 의원의 말을 빌려, 지난 17대 공천 당시 두 명의 젊은 의원이 외부 사람이 못 들어오는 공천심사위원 방에 찾아와 다른 두 명의 의원은 극우이기 때문에 공천해서는 안 된다고 압력을 넣었으나 이문열 당시 공천심사위원이 “그러면 공평하게 극좌인 당신 두 사람도 공천받지 않겠다고 해라”고 반격해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박근혜 대표, 이재오 의원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던 홍준표 의원이 당시 박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했던 배경을 짐작케 하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전 의원은 한 기자가 박 대표에게 SOS를 보낸 이유를 홍 의원에게 묻자, 홍 의원이 그 기자에게 귓속말로 “이재오도 했다”고 전했다는 후일담도 책에서 다뤘다.
한나라당이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모금한 불법 자금이 670억 원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당 차원에서 부정적 과거와 결연하겠다는 의지로 내놓은 천안 연수원과 관련한 일화도 한 토막 소개했다.
김무성 당시 사무총장이 연수원 감정 가격을 알아보고는 회의에 들어와 박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긴장하고 있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김 총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약 630억 원 정도를 예상했던 건물이 수도 이전 건으로 인해 2000억 원으로 뛰었다고 하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
전 의원은 “팔아서 불법 대선 자금을 갚고 나머지는 당 살림에 보태자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대표는 ‘헌납한다고 했지, 팔아서 갚고 나머지라는 말은 한 적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헌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