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선 여러 소문이 무성하지만 친박 핵심부는 말을 삼가는 모습이다. 2014년 문건 파동 당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정 씨 이름이 또 다시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정권 ‘로열패밀리’나 다름없는 정 씨와 최 씨의 소송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흘러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윤회 씨가 2014년 12월 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1956년생인 최서원 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 딸이다. 최 씨는 20대 중반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1985년 부친인 최 목사의 비서였던 정 씨와 재혼했다. 정 씨는 1955년생으로 최 씨보다 한 살 많다. 2014년 5월 둘의 이혼이 확정됐으니 약 30년 만에 파경을 맞은 셈이다. 최 씨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유아교육 관련 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그 후 강남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다 정 씨와 결혼했다는 정도다. 목격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정 씨를 기억하는 이들이 제법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 씨는 2014년 2월 개명했다. 그리고 다음 달 이혼조정신청서를 냈고, 5월 이혼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선 온갖 소문이 나돌았었다. 부부 불화설, 정략 이혼설 등이 흘러나왔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 나름대로 파악을 했었다. 부부 사이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윤회 문건 파동의 불똥이 승마선수였던 딸에게로까지 튀자 최 씨가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 정 씨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는 최 씨가 이혼 과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의 이혼 소식 못지않게 시선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혼 조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비밀유지 조항이 화제를 모았다. 결혼기간 중 있었던 일을 누설하지 말고, 이혼한 뒤 서로 비난하지 말자는 게 골자였다. 이 역시 최 씨 요구를 정 씨가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딸 양육권 역시 최 씨가 가졌다. 부부 사이의 재산 역시 대부분 최 씨 소유였고, 정 씨는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지 않았다. 내용만 놓고 보면 정 씨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이었다.
그런데 정 씨는 올해 2월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금액은 2억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송 과정에서 추후 조정할 수 있다. 최 씨가 200억 원가량의 강남 빌딩을 비롯해 수백억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액수가 그리 크지는 않다. 이에 대해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최 씨 재산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가 관건이다. 결혼 전에 이미 최 씨가 가지고 있었거나 상속과 같이 정 씨와 무관하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하기 힘들다. 아마 정 씨는 결혼 후에 함께 매입한 부동산 등에 대해 소를 제기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 사정에 밝은 한 친박 의원은 “소송이 알려지면 정 씨가 그토록 기피하던 언론의 집중 취재가 불가피하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정 씨가 소송을 냈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 씨와)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고 들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정 씨가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 진짜 돈이 필요해서 소송을 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 씨는 지난 201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청와대 등 친박 핵심부는 한동안 잠잠했던 정 씨 이름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도 정 씨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정 씨와 친박 핵심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 씨가 사실상 문건 파동 이후 권력 주변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추측과도 맞물린다. 앞서의 친박 의원은 “정 씨가 권력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을 순수하게 도왔다”면서도 “소외감은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 더욱이 형편까지 어렵다면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산 문제와 관련해 예의주시하는 기류가 흐른다. 그동안 정치권 주변에선 최태민 목사 일가 재산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최 씨를 비롯해 최 목사의 다른 자녀들 재산을 모두 합하면 1000억대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어떻게 최 목사 일가가 재산을 불렸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최 씨 재산 내역이나 변동 상황 등이 일정 부분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의 이혼전문 변호사는 “정 씨로서는 자기가 재산에 기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가 최 씨 재산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을 하려 할 것이다. 둘 사이에 합의가 잘 되지 않는다면 민감한 부분까지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 진영에선 정 씨로부터 최 씨 재산 이외에 또 다른 민감한 정보들이 흘러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던 참모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 깊숙이 알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 최 씨와는 그 스탠스가 다소 다르다. 정 씨는 최 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씨의 경우 박 대통령과 어릴 적부터 함께 어울리는 등 인간적인 교감으로 묶여있지만 정 씨는 정치적 측면이 우선이다. 최 씨보다는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얘기다. 이혼 당시 정 씨의 박 대통령 관련 비밀 발설을 사전에 막기 위해 최 씨가 보안 유지 조항을 넣었다는 말이 흘러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막후 비서실장으로 불렸던 정 씨보다는 최 씨야말로 박 대통령의 진짜 ‘그림자 실세’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사정라인에서 정 씨의 소송 제기에 대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가 된다. 앞서의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혼할 때와는 상황이 다소 변한 것 같다.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할지 전혀 몰랐다. 부부 문제라 관여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정 씨는 우리가 관리해야 할 최우선 대상자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이혼 후 박 대통령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씨가 작심하고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조용히 끝낼 수 있도록 몇몇 인사들이 정 씨와 긴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홍기택 서별관 회의 폭로 뒤에 금융권 학맥 다툼 있다? 야권이 이른바 ‘서별관 회의’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서 열려 ‘서별관 회의’로 불리는 이 회의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이어져 온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의 비공식 모임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6월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지원과 관련해 당시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압적으로 결정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은 협의를 통해 진행했고, 산업은행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특히 야권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았던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은 “채권단끼리 모이니까 안돼서 우리가 조정해 안을 만든 것”이라며 “왜 장소를 거기서 해야 하느냐, 이 관점인데 부처에서 회의하면 환경이 바로 알려지고 그러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런 불가피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국회에서 서별관 회의의 문제점을 파헤친다며 벼르는 모습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서별관 회의가 금융당국을 좌지우지하며 사실상 관치 금융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홍 전 회장 발언 등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던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4조 원대 지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 폭로로 촉발된 서별관 회의 논란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부 초기부터 이어져 온 금융권 내 학벌 다툼의 연장선상 아니냐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홍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이다. 박근혜정부 금융권의 한 축을 이루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 모임)’ 일원이기도 하다. 서금회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엔 서금회가 금융권을 장악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경환 의원 모교인 연세대의 ‘연금회’와 현 정부 들어 고위 인사를 무더기로 배출한 성균관대의 ‘성금회’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인 연금회 소속이다. 성금회엔 안종범 전 수석을 필두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했다던 당시 서별관 회의엔 최경환 의원,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전 수석, 홍기택 전 산은 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연금회가 주도하고, 성금회와 서금회가 힘을 겨루는 구도였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인사는 “각 학교 출신 사이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기류가 있다. 소수였던 서금회의 홍 전 회장으로선 본인의 입장을 밀어붙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홍 전 회장이 최 의원이나 안 전 수석을 겨냥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