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이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전권을 넘기고 사실상 2선 후퇴했다. 20대 총선 최대 승자였던 안 전 대표는 돌발 변수인 ‘김수민 리베이트’ 파문에 휩싸이면서 6월 정국 끝자락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왼쪽부터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일요신문 DB
자의 반 타의 반 백의종군을 선택한 셋의 공통점은 ‘선거 참패(김무성)·리더십 부재(문재인)·당내 비리(안철수)’에 따른 퇴진이라는 점이다.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가 아닌 실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다는 얘기다. 자의보다는 정치적 환경 등 타의적 선택에 가깝다.
역으로 암중모색 기간을 끝내면 일시에 정치권 중심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부정적 환경에 따른 ‘외부효과’는 곧 정치적 승부수를 향한 ‘반작용’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등판 시기는 추석 전후인 차기 대선 승부처인 ‘9월 정국’이 유력하다. ‘반기문 대망론’이 상수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이들의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다.
첫 번째 대선 삼각 축은 김 전 대표다. 현상적인 조건만 보면 김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는 ‘흐림’이다. 한때 개헌선 확보(200명)까지 예상됐던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122석에 그쳤다. 당시 제1당마저 더민주에 내줬다. 총선 막판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김 전 대표의 ‘무패 신화’는 딱 거기까지였다. 2014년 7·14 전당대회 이후 각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하던 김 전 대표의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다.
‘김무성 한계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대안으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떠올랐다. 이로써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여러 9룡 중 한 명으로 전락했다. 반 총장이 2017년 대권 도전을 강하게 피력하기 전,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진영의 차기 대권 경선이 ‘1997년 한나라당 대선과 유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당시 한나라당에선 이회창 후보를 비롯해 김덕룡 김윤환 박찬종 이수성 이인제 이한동 이홍구 최형우(가나다 순) 후보 등 9룡이 경쟁했다.
지금의 새누리당 내에도 김 전 대표와 반 총장 이외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9룡이 존재한다. 여기에 여성주자인 나경원 의원 등이 가세한다면, 10룡 시대를 맞을 수 있다.
1997년 ‘이회창 대세론’은 ‘반기문 대망론’으로 치환되고, 그나마 대중성 있는 김 전 대표는 경선 막판 계파를 뚫지 못하고 사퇴한 박찬종 후보나 결선에서 민정계 벽을 넘지 못한 이인제 후보와 오버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 취임 2주년인 7월 14일 지지자 500명을 초청하는 대규모 모임을 추진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전 대표가 이를 기점으로 정치적 기지개를 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표 측은 “정치적 의미가 없는 (단순) 식사자리”라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9 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비박계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리더십이다. 그는 대표 시절 내내 ‘30시간의 법칙’에 시달렸다. 김 전 대표가 친박 프레임 덫에 빠질 경우 수평적 당청 관계에 대한 비전 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대신 약점인 ‘2인자 리더십’만 노출된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대표 시절 내내 위상을 스스로 깎은 김 전 대표가 리더십 복원과 부산·경남(PK) 위상 재정립 등을 하려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하겠느냐”며 최종 생존 여부를 불투명하게 봤다.
문 전 대표의 정치적 환경은 ‘안갯속’이다. 정치적 잠행 후 첫 작품으로 선택한 네팔행의 정치적 소득은 ‘평균’에 그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시작전권 환수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새누리당으로부터 “위험천만한 태도”라며 뭇매를 맞았다. ‘훈수 정치’를 두려다가 되레 역공을 당한 셈이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문 전 대표는 6·25 등 안보정국에서 적극적인 ‘이슈 파이팅’을 전개했다. 이는 범야권 지지층 결집 요소다. ‘30대(세대)·수도권(지역)·화이트칼라(계층)·진보(이념)’ 등에 상당한 소구력을 발생할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한 이 계층은 문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다.
다만, 현재 문 전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진보층 결집이 아닌 중도 무당층으로의 확장이다. 이 같은 전략은 사실상 ‘외연 확장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권 내부에서 문 전 대표가 네팔이 아닌 광주 무등산에 올라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서야 했다는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 평론가는 “문 전 대표에게 호남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며 “첫째도 둘째도 호남”이라고 말했다.
대선 발 빅텐트는 문 전 대표의 딜레마다. 매머드급 대선 경선으로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 펼쳐질 경우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따른 지지율이 극대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심한 세력 싸움으로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수도 있다. 이른바 ‘어게인 2012’의 재연이다. 이를 근거로 주류 진영에선 야권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철수 정치’ 비판에 휩싸인 안 전 대표는 ‘리베이트 정국’에서 사퇴, 소나기는 피했다. 하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의 후속타가 조만간 불거질 것이란 얘기도 솔솔 나온다. 대표직은 사퇴했지만 ‘책임론의 덫’은 안 전 대표를 더욱 옥죌 수도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관계설정도 변수다. 차기 당권 주자인 박 위원장은 연일 ‘손학규 등판론’을 부르짖으면서 사실상 대선 판 흔들기에 나선 상황이다. 정계개편에 따라 안 전 대표가 야권의 수많은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n분의 1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위험 수위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반기문 대망론’이 제2의 안철수 현상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그간 실패했던 새 정치에 대한 경쟁력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출신지는 PK이지만 정치적 고향은 호남인 필연적인 ‘이중적 존재론’을 타파할 승부수도 여전히 물음표다. 반 총장 등장으로 PK(지역)·2040(세대)·이념(중도 무당층) 지형의 일정 부분을 점령당했다.
정치적 외곽으로 밀려난 안 전 대표가 적극적인 정치적 메시지 없이 어떻게 수세 국면을 공세로 전환할지 알 수는 없다. 안 전 대표 측은 “휴식기 동안 정책공부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라면서도 간간이 현안 메시지를 통해 존재감 각인 전략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당의 배타적 지원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당내 호남파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이러한 총체적 변수가 ‘안풍(안철수 바람) 지속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 측근들은 휴지기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귀띔했다. 안 전 대표의 정치 기지개 시기는 더민주 8·27 전대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정국’이 외곽으로 밀려난 대선 삼각 축의 1차 승부처라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
“킹도 못할 것 없지” 꽃놀이패 쥔 킹메이커 3인 여야 3당의 킹메이커로 분류되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막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킹메이커이자, 차기 대권의 직접 도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잠재적 주자라는 점이다.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이들 중 김 대표와 박 위원장은 각각 ‘킹메이커는 안 한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도전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최 의원도 차기 대권 길이 열려있다. ‘킹과 킹메이커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포지션은 꽃놀이패다. 특히 이들의 국면전환용 카드 중 하나가 ‘개헌’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먼저 당분간 암중모색을 거치게 될 최 의원과 조만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김 대표는 물밑에서 차기 대선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특히 최 의원은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UN) 유엔 사무총장을 앞세워 보수정권 재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8·9 전대 불출마 과정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선 4·13 총선 직후 ‘식사 정치’를 고리로 세력 구축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연말 정국의 핵인 국민 검증 과정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무력화된다면 직접 등판 내지 ‘대망론 플랜B’ 찾기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 의원이 ‘반기문 대망론’, ‘직접 등판’, ‘대망론 플랜B’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쥐고 정치권의 틈새 공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세국면에 몰렸을 땐 ‘4년 중임제’나 ‘분권형’ 등의 개헌론을 꺼내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관계자는 “전대 불출마에도 ‘최경환 역할론’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당 대표직은 50여 일 남았다. 더민주는 8월 27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연다. 전대 이후에도 김 대표의 존재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2선 후퇴가 아닌 경제특별위원회 등 당 산하 경제민주화 관련 기구에서 정책행보를 통해 존재감 각인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한 의원은 “친노(친노무현)계 후보든, 비노(비노무현)계 후보든 김 대표를 팽하고 갈 수 있겠느냐”며 “통합하고 화합해도 힘든 마당에 누구 등에 칼 꽂고 가는 것은 하수정치”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당 대표직 하산 후 “내각제 개헌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정치 8단’답게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민의당 1차 비대위 인선에서 세간의 예상을 깨고 안철수계 인사를 다수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박지원 비대위는 7월 6일 1차 비대위 인선을 논의한 결과,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주승용·조배숙 의원 등이 포함된 11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중 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한현택 신용현 정호준 김현옥 정중규 이준서 비대위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현역인 권은희·주승용·조배숙 의원 등은 호남파, 조성은 비대위원은 천정배계다. 호남 의원들조차 박 위원장의 권력독점에 반발,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탈계파 리더십으로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그는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 사퇴 이후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안 전 대표 1인 체제를 허물고 대권 잠룡들에게 당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시그널로 보인다. 이는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당내 차기 대권 주자는 물론, 제4 세력 길을 모색 중인 손 전 고문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을 엮는 ‘통합 카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장 역시 “지금이 개헌 논의의 적기”라며 개헌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