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장상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악수를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민주당으로서는 후보 없이 대선을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 대통합이라는 과제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열린우리당 일부가 선도탈당해 민주당과 합치는 소통합을 먼저 이룬 후 대통합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낙연 의원은 “당내 사정으로 인해 너무 질서 있는 통합에 매달리면 분열이 고착화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도록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이 그룹들이 당적을 유지한 채 공동의 정치행보를 하는 방법도 있다”며 통합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김효석 원내대표 역시 “원내에서라도 먼저 통합을 이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분열로 치닫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상황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간을 넓혀주고 있기는 하다. 열린우리당 강경파의 탈당 도미노가 시작된다면 민주당도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기층의 정서는 원내 인사들과는 차이가 난다. 호남 정서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인사는 “참여정권에서 온갖 핍박을 받으며 존폐 위기까지 겪었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살아있다. 상당수 당원들과 원외 인사들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특히 원외에서 18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권의 대통합에서 자신들이 비집고 들어간 틈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민주당 간판을 지키려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정계개편에서 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다음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는 것뿐이다. 최인기 의원 측은 “지금 상태로 전당대회를 하자는 것은 당을 깨자는 것과 같다.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자강론을 주장하는 소위 사수파들은 한 전 대표를 물고 늘어져서라도 여권 통합에 반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장상 대표가 지난 19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며 “중도개혁세력의 중심은 민주당이 돼야 한다. 흔들리고 있는 호남 민심은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발언은 한화갑 전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파열음이 거세질수록 민주당의 운명도 거센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