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건 전 총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또한 고 전 총리가 지지율 1위를 달릴 때 50~ 60명의 의원들이 “돕겠다”고 나섰지만 지난해 연말 먼저 신당의 깃발을 세우려 했으나 “나서겠다”고 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고 전 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국회의원들이란 참…”이었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 것이 중도하차의 근본적인 이유였지만 가족들의 만류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난 1월 1일 가족회의에서 부인 조현숙 씨와 아들들이 고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고 전 총리는 가족회의에서 이미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청백리로서 공직생활을 마치라”는 가족들의 건의로 그는 결국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건강 역시 불출마의 주요 이유였다. 폐렴을 앓은 것은 거의 완치됐지만 지난 연말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목소리까지 자주 잠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한 참모는 “병원에서는 특별한 원인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단지 고 전 총리가 고령이다 보니 체력 저하가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일부터 고 전 총리가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핵심 참모들에게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것이다. 이때 참모들은 그의 ‘중도하차’를 직감했다고 한다. 캠프의 한 전략가는 “이때부터 고 전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참모들이 각종 보고서를 올리며 한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불출마를 적극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 전략가는 구체적인 신당 창당의 계획서까지 올렸지만 고 전 총리는 “실질적인 대책은 없지 않은가”라며 거절했다. 고 전 총리의 불안한 장고가 계속되는 동안 참모들은 언론에 “고 전 총리가 신당 창당으로 바로 간다” “여권의 핵심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리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15일 저녁에 참모들과 회의에서 “불출마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16일 아침 고 전 총리는 공보팀에 기자회견을 지시했다. 기자회견 2시간 전 고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안영근, 김성곤, 민주당 최인기 의원 등에게 전화로 “미안하다. 대선에 불출마한다”라고 통보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