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개혁성향을 가진 이들의 대표적 모임이었던 수요모임은 최근 각 대권주자들의 ‘대리모임’이라는 오명까지 들으며 존폐위기를 겪어왔다. 이미 수요모임 내의 상당수 의원들이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로 ‘넘어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의 이명박 측 대리인을 맡은 박형준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이성권 의원 등은 이명박 캠프에서 직책을 맡았으며, 김희정 정병국 의원 등도 ‘이명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박근혜·손학규 캠프 측에서도 수요모임 내 인사들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개혁을 주장하던 수요모임이 앞장서 ‘줄서기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한나라당 인사는 “수요모임 의원들이 수요일 아침에는 수요모임 회의를 하고 끝나면 각자 대권주자 캠프로 가서 회의를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수요모임은 지난해 7·11 전당대회 이후 침체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정체성 혼란을 겪어왔다. 종종 해체설이 나돌 정도로 위기상황을 이어오면서 모임 내부에서도 ‘역할론’에 대한 자조적인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비주류를 자처’하면서도 개혁성향을 유지하고자 했던 수요모임이 계파분류에 앞장서는 줄서기를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처럼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은 7일 모임에서 존폐여부를 결정하고 해체수순을 밟기로 했다. 한편 수요모임 대표 남경필 의원 역시 각 캠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