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전 총리는 이번 방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방북 후) 미국도 방문하고 미국 의원들도 초청해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방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 안팎에선 그의 이런 ‘국제적 행보’를 대권 행보와 연결 짓는 사람이 많다. 이 전 총리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지만 대권 주자들의 단골 ‘과목’인 통일 외교 문제로 여권의 대권 주자로 부상하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경우 그 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단번에 여권의 대선 주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 전 총리가 자신을 스스로 띄우기보다 여권에서 대권 주자 풀을 넓히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그를 밀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그의 방북은 통일부에서조차 미리 알지 못할 정도로 권력 핵심부에서 은밀하게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이번 이 전 총리의 방북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기보다는 이 전 총리를 차기 유력 후보로 띄우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정치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도 이 전 총리의 부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방북을 재가한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번에 이 전 총리와 함께 방북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직계로 분류되는데 그는 이번 방북 준비를 하면서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현재 여권은 대권 후보가 없어 고민 중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당 복귀와 이 전 총리의 이번 방북도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 풀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재천(민생정치모임) 의원은 “이 전 총리는 현 정부에서 가장 경력 관리가 잘 된 사람이다. 그가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판을 키우고 장을 서게 하는 붐 메이커(Boom maker)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