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당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구든 받아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하는 대선후보 플랫폼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0일 “호남이 준 이 땅에 안철수의 새정치, 천정배의 개혁정치, 정동영의 통일정책 외에 외부 인사도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대선후보가 되려면 대선 1년 전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당헌·당규를 ‘6개월 전’으로 개정할 것이란 의지도 내비쳤다.
박 비대위원장은 “일련의 벽을 허물기 위해 개정을 제안할 것이다. 국민의당이 ‘안철수당’으로 고착화되면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해진다. 그래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손학규 전 고문 등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를 선택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력 영입 인사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대선후보 플랫폼 정당이란 특정 대통령 후보만을 위한 정당이 아닌 잠재적 대선 후보에게 ‘통로’ 역할을 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즉, 안 전 대표 이외에 당 안팎 잠룡들을 끌어들여 대권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얘기다.
전계완 평론가는 “당연한 얘기다. 이대로 가면 안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텐데 대선 승리에선 점점 멀어질 것이다. 다양한 대선 후보들이 들어와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 않고서는 국민의당은 독자적인 집권 역량을 가진 정당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안 전 대표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누구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김수민 리베이트 파문’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존재감이 부쩍 떨어진 모습이다. 동시에 지지율도 하락 추세에 있다. 지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지지도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급락해 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올해 총선 직후 실시된 4월 조사에서는 최고치인 21%를 기록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비대위원장 발언이 안 전 대표 독주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 잠재해 있는 친안과 비안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 평론가는 “안철수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정치적 행보를 봤을 땐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안 인사인 한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 발언은) 안 전 대표의 생각이기도 하다. 공정 경쟁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총선 전후로 스스로 표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박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림’에 동의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정배 전 대표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 천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싱크탱크 격인 ‘자구구국(自救救國) 포럼’ 결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자구구국이란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뜻으로, 천 전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포럼에는 같은 당 박주현·장정숙 의원, 부좌현 전 의원, 이행자 부대변인, 서경선 중구·성동구갑 지역위원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대권 관련 발언에 이어 ‘잠룡’ 중 한 명인 천 전 대표까지 움직이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 평론가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비롯한 거물급 대선 주자를 영입하려면 국민의당을 재창당하는 수준으로 큰 판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경쟁을 하자는 것만으로는 영입이 어려울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된 만큼 당·청 간 밀월 관계가 지속되면 새누리당에서도 이탈해 나올 주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용광로같이 큰 외부의 제3의 정당을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평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