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타난 박근혜 대표의 지지도를 보면 ‘경이롭다’ 할 만큼 안정되어 있다. 즉 이미 지난 수년 동안 20%를 상회하는 지지율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의 특성이 선명하고 충성도가 높은 안정감 있는 지지층임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표 지지층을 심층 분석해 보면 수도권에서는 대략 20%에 못 미치는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충청권과 경남권, 경북권 모두에서 30%가량의 고정적 지지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여성들 가운데서 높은 지지도가 나타나고 있어 ‘여성 주자’로서 강점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비교적 고르게 지지율이 분포되지만 특이하게도 20대에서 오히려 30대나 40대보다 뚜렷이 높은 지지도가 나타나 ‘박근혜 신드롬’이 발견되고 있다. 또 계층적 특성으로는 저학력층과 저소득층 등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은 ‘서민형’ 지지층 특성을 보여 화이트칼라, 고학력 중산층을 중심으로 ‘중산층형’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대비된다.
이념노선상의 분석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위치는 대선주자 중 가장 보수적 위치에 있다. 실제 박근혜 대표 지지층의 자기 이념성향 평가를 보면, ‘진보층’과 ‘중도층’ 집단의 지지비율에 비해 ‘보수층’이라고 밝힌 유권자층의 지지비율이 뚜렷이 높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층은 ‘서민형 보수층’으로서 그동안 우리 선거에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특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유권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랜 기간 보수적 정서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는 이들 지지층의 결집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초기 지지층을 확보해 온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안정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어 본선 경쟁력과 별개로 박 전 대표 측이 ‘당내 경선’만큼은 자신감을 보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당내 경쟁력은 한나라당 조직의 근간이며 당원들에 대한 영향이 적다고 볼 수 없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지난 4월 3일 <중앙일보>의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 박’ 대결에서 격차가 박빙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당심 우위’의 경쟁력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대의원 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오히려 이기는 결과를 발표했다. 외부 전문 조사기관의 자료가 아닌 자체조사인 만큼 그 신뢰성을 보장하기 힘들고, 또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앞세운 ‘속 보이는’ 홍보라는 비판도 일고 있으나 적어도 대의원 중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른바 ‘친이’, ‘친박’ 의원의 분포를 보면 양 진영 간에 수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박근혜 전 대표가 노리는 또 하나의 회심의 기회는 바로 X파일과 관련된 것. 박 전 대표 측은 경선에 돌입하기 전 이 전 시장의 도덕성과 관련된 돌발변수가 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김유찬 전 비서관의 폭로 이후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도는 10%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흐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2월 지지도가 최고점에 올라간 이후 조정국면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폭로사건 이후 자신만의 이슈를 만들어 정국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즉 ‘대세론’에 안주하며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핵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이는 등 한반도 상황 급변과 함께 한미FTA 협상 타결 등으로 굵직한 대선이슈를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일부 참석자가 선관위에 고발되는 등 악재마저 겹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지지도의 경착륙 조짐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에 불리한 악재가 재차 돌출할 경우 지지도가 지금보다도 낮아져 30%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힘들어 박근혜 발 ‘대역전극’이 결코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측불허의 경선국면으로 접어드는 지금 상황에서도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도는 여전히 어느 대선주자보다 높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지지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그 ‘이탈층’들이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 유입되고 있지 않은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일 경우에는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던 이 전 시장 측이 역으로 박 전 대표의 약점을 들추는 공세를 펼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박 전 대표의 지지도 역시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어 아직까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역전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은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정체 및 하락추세로는 안되며 본격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도 상승이 나타나야만 의미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
또 마치 거대한 열차가 정면충돌하는 듯한 두 사람의 ‘무한대결’은 자칫 한나라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즉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영남 중심의 지지층만을 일부 뺏어오는 데 그치고 주목할 만한 지지도 상승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한나라당 전체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전 시장을 지지하던 층이 두 사람의 이전투구 속에서 유동층화되거나 비한나라당 진영으로 이탈할 경우에는 이른바 한나라당 대세론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이른바 대선주자 빅2가 같은 당내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상대결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모두 비한나라당 진영의 어떤 후보에도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칫 ‘복’이 아닌 ‘화’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위기감이 결여된 상황에서 두 사람 간의 극한충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의 경쟁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 스스로 지지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오히려 어두워질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