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출신의 유상근은 해방 이후 미군정에서 도로국 행정실장을 지냈고, 박정희 정권 당시 국토통일원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교육사업에 뜻이 있던 유상근은 56년 학교법인 명지학원을 설립한다.
정주영과 유상근 둘을 묶은 것은 88올림픽 유치 준비. 정주영은 올림픽조직위 집행위원을, 유상근은 올림픽추진 서울시협의회장을 맡는다. 이미 고인이 된 두 사람의 인연은 아들 대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주영의 6남 몽준과 유상근의 차남 병진은 서울 중앙고 동기동창. 학창시절부터 둘은 절친했다. 몽준은 이후 국회의원이 됐고, 병진은 아버지가 설립한 명지대 부총장을 거쳐 같은 재단인 관동대 총장이 됐다. 정 의원처럼 유 총장도 축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유 총장은 현재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이 FIFA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학창시절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했던 것이 계기가 됐을까. 정 의원은 현재 유 총장 집에 세들어 있다. 정 의원은 지난 9월12일 서울 중구 서소문 대한상의 옆에 있는 명지빌딩 2층에 대선캠프를 하나 마련했다. 정 의원은 3백23평 규모의 이 사무실을 보증금 2억6천만원에 월 사용료 3천5백50만원에 1년간 임대했다. 주위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무 불평없이 계약은 체결됐다고.
지난 30일 정 의원측이 대선캠프를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으로 옮기면서 이 사무실은 앞으로 후원회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하 7층, 지상 25층 1만8천평 규모의 21세기형 인테리전트 빌딩인 이 건물은 지난 5월30일 유 총장의 친형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건물 준공식을 가지기도 했다.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건물주인으로, 유 총장 개인 소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유 총장의 지분이 있는 건물이다.
정 의원의 처가에는 명지대에 직접 근무하는 교수도 있다. 정 의원의 처남 김민녕 한국외대 교수의 부인 정다미씨가 주인공.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김 교수는 경제정책 자문교수팀을 이끌면서 토론회 등에 대비한 정책분야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