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정현의 꿈’이 일관되게 집요한 면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는 이 대표 휴대폰 컬러링이 바로 ‘거위의 꿈’이라며 “이 컬러링을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붙었던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부터 쓰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테이프를 틀어놓은 듯 같은 대답을 이어간다.
“버려지고 찢기고 남루해진 거위가 창공을 난다. 허황된 꿈이라도 꿈은 꾸면 이루어진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새누리당 이름을 달고 당선됐다. 발버둥친 그 세월 속에서 나는 지역주의 벽을 넘었다.”
이 정치권 인사는 이 대표의 꿈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광주 시의원에 도전한 그는 2600여 표, 10% 정도의 득표로 낙선했다. 17대 총선에선 광주 서구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720표, 1%대 득표율에 그친다. 하지만 18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뒤 2014년 7월, 네 번째 도전 만에 전남 순천곡성에서 재보선으로 당선된다. 득표율 49.3%였다.
이 인사는 “호남의 거위가 날갯짓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목표를 어디로 정하는지에 따라 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21대 총선에서 다시 호남에서 석권해 지역구 3선, 총 4선 국회의원에 새누리당 당대표 경력, 호남 출신…. 뭔가 아귀가 딱딱 맞는 느낌 아닌가”라고 했다. 이런 대화는 비단 이 인사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내부 사람들과 삼삼오오 얘기하다보면 “이 대표가 그런 꿈을 꿀 수 있다고 본다”고 결론 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대표의 현장 행보는 가히 살인적이다. 리우올림픽 당시엔 정몽규 선수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는 것(보통 대통령이 선수단에게 격려한다)은 보통이고, 울릉도 물난리에는 울릉군수와 관련 부처의 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원을 당부했다. 당 대표실은 친절하게 이런 행보 하나하나를 모두 보도 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는 충남 서산 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고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당일 오후에는 보령으로 넘어가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입만 열면 ‘민생’과 ‘정책’을 말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고교의 집단 식중독 사고와 이례적인 콜레라 발병, C형 간염 확산 등에 대해선 직접 당정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정부 대책을 요청했다. 보통 당정협의는 당 정책위의장이 준비하고 주재한다. 이 대표는 또 정책위의장실 소속 당직자를 대표실로 차출해 보강하기도 했고, 최근 당 사무처 인사를 통해 당 기획조정국장을 정책국장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정책 강화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직자 출신이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도 역임했지만 강점 콘텐츠가 없고 정책 이해력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책의 강화는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권 수업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식중독·콜레라·간염 당정협의회는 이 대표가 주재하기 이틀 전 김광림 당 정책위의장이 똑같은 포맷으로 개최한 바 있어 당이 사태 실질적인 사태 수습보다는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정치로 눈 가리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내 여론도 갈린다. 이 대표가 과거 ‘봉숭아학당’을 연상케 했던 최고위원회의의 난맥상을 국민에게 노출시키는 것을 비공개 회의로 차단한 것은 평가받는다. 그러나 ‘똑똑하지 못한데 부지런한 리더’가 최악이라는 말처럼 예측가능하지 않은 당 운영을 두고 반발여론도 결코 적지 않다. 정책위의장단 한 관계자는 “당정협의가 즉흥적으로 이뤄지면서 정책위가 밤샘하기 일쑤다. 며칠을 조율해야 할 당정협의를 부랴부랴 소집하는 통에 부처의 불만도 크다”고 전했다.
때문에 당 정책위의장이 할 일이 정책위 부의장에게 떨어지는 등 예기치 못한 도미노 현상이 불만여론을 높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정책전문위원은 “어디 뉴스에서 본 현안을 불쑥 들고 와서 이거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하니 원래 하던 일의 연속성을 보장받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이 대표는 당사의 불빛이 빨리 꺼지는 것까지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박근혜의 입’으로 불려선지 당 운영 스타일도 닮아 ‘만기친람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두고 당 대표로서의 ‘품격’을 지켜달라고 조언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 수석으로서의 표현은 오히려 여소야대 정국에서 꼭 필요한 야당과의 협치에 방해가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대표 특유의 ‘욱하는’ 스타일과 흥분조의 어투가 고쳐지지 않아 보좌진이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이 대표는 8월 31일 당 의원총회에서 야당을 ‘저들’이라 표현하며 맹공을 이어갔다. 이런 식이다.
“저 당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다. 저 당의 정치공약과 선거공약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자기들이 보여주고 있다.”
또 9월 1일 열린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드 배치 반대와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를 거론한 것을 ‘대선병’으로 공세한 것을 두고서도 당내에서 말들이 많다. 정 의장의 날 선 개회사를 대선을 염두에 둔 개인의 폭탄발언 정도로 축소하는 바람에 야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날 이 대표는 “중증의 깊은 대선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본인이 나가든 자기가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하기 위한 대권병 이외에 다른 걸로 해석이 안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도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 보좌진 협의회(새보협) 지도부와 최근 면담한 뒤 역량이 우수한 보좌진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리라고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한 개인을 보좌하기도 모자란 지경이고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 할 일이 태산인데 내년 대선을 대비한 자원봉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
김진태 ‘지원사격’ 못 받은 까닭? ‘정보 소스’를 알아야 장단을 맞추지~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의 수상한 부동산 매매 의혹을 최초 제기해 태풍의 핵을 불러온 <조선일보>, 그리고 이 보도를 정권을 공격하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공세로 정의한 청와대. 이 권-언 전쟁에 검사 출신 친박계 돌격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끼어들었다. 그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이 접대한 초호화판 유럽 여행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참석했다는 의혹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송 전 주필의 옷을 벗겼고,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1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 절묘한 타이밍에 두 손 두 발 들 수밖에 없는 증거 사진까지 제시한 의혹 제기의 출처가 어디인가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청와대도 검찰도 경찰도 국정원도 아니다”라면서도 “언론도 취재원을 보호하듯 조선일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마당이니 저도 보호하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정치권에서 김 의원은 ‘갓진태’라 불린다. 삿갓을 쓴 선비가 아니라 ‘GOD’, 즉 신(神)을 성(姓)으로 빗댄 것이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부르는 갓진태는 즉, ‘짱진태’, ‘최고의 진태’와 같다. 극우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란 찬사에서 그런 별칭이 붙었고, 여의도 정가에까지 퍼져 의원들과 정치권 관계자들까지 그를 그렇게 부른다. 특히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 대검찰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 의원이 일베 사이트에 접속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 권언전쟁에 나선 김 의원을 두고 그의 보좌진과 주변부는 당초부터 끼어들 상황이 아니라며 뜯어말렸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끌어내린 것을 보듯 척을 져서 좋을 일이 없다는 논리를 분명히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주변부에서는 “아무도 영감을 말릴 수 없다. 뇌에 박히면 좌고우면이 없다”며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김 의원은 집회 주동자로 경찰로부터 쫓기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가 칩거하자 “경찰 병력을 투입해 검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교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에도 보좌진과 주변부가 그를 뜯어말렸지만 ‘조계종 거사’를 두고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조계사 부주지 스님 등 승려들이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을 항의방문 했고 당내에서도 “종교계를 적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특히 당시엔 기독교인인 김 의원이 지역구인 춘천을 개신교 도시로 만들자는 성시화 운동에 매년 축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번에만큼은 당에 지원을 요청했다. 왜 자신의 송 전 주필 의혹 제기에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 또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의 지원과 논평이 하나도 없냐고 푸념했다. 8월 29일 당 의원총회에서는 “김진태의 출처를 묻는 야당의 활발한 의견 표명에 비해 우리 당이 너무 점잖다”고 비난했다. 대쪽 같은 사람에 이웃이 없듯 친박계도 이번 권언전쟁에서만큼은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제는 정보의 소스”라며 “(당이) 공동보조를 맞추려면 정보의 소스를 공유해야 ‘맥락이 이런 거구나’ 하는데 김 의원이 정보 소스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당이)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당 밖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홈런’을 친 이번 의혹 제기의 출처가 어딘지 궁금한 모양새다.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