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팬클럽 ‘문팬’이 공식 출범했지만 이 가운데 일부 열성 지지자들이 친문 인사들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고 있어 문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처 = 일요신문 DB
문팬은 ‘문사모’ 등 4개의 팬클럽이 하나로 뭉친 문 전 대표의 공식 팬클럽이다. 문팬 관계자는 “지난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문 전 대표의 팬클럽이 생기기 시작했다. 몇 개의 팬클럽들이 지난해 10월경 연합으로 모임을 가졌다. 그 이후부터 하나로 모아 활동하자는 논의가 오갔다. 우리는 사람들이 문 전 대표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모였다. 가입 조건은 간단하지만 ‘문 전 대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문팬의 현재 회원수는 9월 8일 기준 약 8800명이다.
하지만 문팬의 일부 회원들은 더민주 8·27 전대 당시 일부 의원들을 ‘저격’하는 행태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더민주 여성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손혜원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외연확장에 가장 도움이 될 후보”라며 유은혜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그 후 문팬의 한 회원은 자유게시판에 댓글을 올려 “손 의원, 이 양반도 웃기다, 양향자 후보가 출마한다고 공언까지 한 마당에 유 의원을 부추겨 나오도록 했다. 유 의원 출마와 문 전 대표의 외연확장이 무슨 논리적 연관성을 갖는지 모르겠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손 의원은 이율배반의 전형이다”고 손 의원을 공격했다.
대다수 문팬 회원들은 대부분 양 최고위원과 유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달레반’들은 손 의원을 거세게 비난했다. 또 다른 회원은 “양 후보가 정치 경험 없는 풋내기라 그런가. 손 의원이 유 의원과 20년 지기라서 지지하나. 손혜원, 당신도 초짜라는걸 잊지 마소. 열심히 활동은 하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도 있다. 유 의원을 지지선언하면 당헌당규 위반이야”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달레반들의 거친 글 때문에 문팬 자유게시판에선 손 의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국 다른 회원들은 “더이상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면 안 된다. 손 의원이 유 의원을 지지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달레반들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추미애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더민주 일부 의원이 ‘친문 지도부’에 대해 비판 발언을 올렸을 때도 달레반들은 이들을 ‘융단폭격’했다. 김현미 의원이 전대 직후 트위터를 통해 “대선까지 길이 더 복잡하고 험난해졌다. 소탐대실”이라고 밝히자 문팬의 또 다른 회원은 “이 말을 꼭 기억해 다음 번 공천 경선 때 민심으로 반영하겠다, 다음 총선에 불확실성이 뭔지 느끼게 해드리겠다”며 공격했다. 김 의원이 “환영”이라고 댓글로 응수하자, 앞서의 회원은 문팬 자유게시판에 “와 김현미 X라이네, 그 사이 또 트윗 했는데^^. 한 번 덤비라고 하는데요?”라는 글을 올렸다.
손 의원과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손 의원은 문 전 대표 영입 인사 영순위로 알려질 만큼 친문색이 강한 의원이다. 손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될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입당했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전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문 전 대표가 할 말이 없으셔서 가만히 있겠나”라며 문 전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김 의원 역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 비서관과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문 인사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달레반들의 ‘팀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과격분자들이 오래전부터 우리 당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김 의원과 손 의원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두 사람은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이고 자신들의 편인데 항상 모욕을 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달레반들의 행태는 비민주적이라서 당내 선거를 왜곡할 우려도 있다. 이들이 이번에 온라인당원으로 들어오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나’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편협한 이들 때문에 문 전 대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문팬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문팬 관계자는 “달레반의 실체는 없다. 많이 부풀려진 것 같다. 현실적으로 팬클럽 내에 그런 심각한 분위기는 없었다. 몇 분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의사표시를 하긴 했다. 물론 손 의원한테 실망했다는 글이 있었지만 개인적인 지지성향까지 막을 수 없다. 같은 형제도 지지자가 다를 수 있다. 이것을 막으면 간섭이고 통제다. 손 의원이나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가깝다. 우리 입장에선 대단히 고마운 분들이다. 문 전 대표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우리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도 달레반들의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창립총회에서 “인터넷으로 시작한 팬클럽인 만큼 온라인 속 매너를 지켜야 한다. 요즘 SNS나 온라인 기사 댓글 등을 보면 살벌하고 무서울 때가 있다. 같은 동지들 간에도 서로 적대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SNS에서 선플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팬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심지어 문팬이 창립총회 장소를 충남 서산으로 결정한 것도 달레반들의 소행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팬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수많은 회원들이 광주, 부산 등 전국에서 모여야 하는데 일단 중간지점인 충청권이 편한 장소였다. 저렴하게 행사를 개최할 장소를 알아보다가 선택한 곳이 서산이었다. 우리가 안 지사를 겨눌 이유는 없지 않나. 지금 대권후보 중에 문 전 대표와 심정적으로 제일 가까운 분이 안 지사다. 오히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를 갈라치기하려고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