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원외) 민주당 대표가 9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합당이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전후해 추미애 대표께서 저와 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변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러던 중 더민주당 측에서 안규백 사무총장을 우리 당내 행사에 보내주셨다. 고마웠다. 답례를 겸해 추 대표께 방문했다. 그것이 9월 7일이었고 첫 만남이었다. 그 때만해도 오랜만에 만나서 축하도 드리곤 했지만 특별히 합당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힘을 합치자는 정도의 얘기를 했을 뿐이었다.”
―합당이 구체화된 것은 언제인가.
“추 대표께서 추석을 지나 17일 즈음 보자고 하시더라. 생각을 곰곰이 했고 결국 통합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어차피 통합을 할 것이라면 되도록 빨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마침 9월 18일은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민주당 창당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통합을 선언하기에 알맞은 시일과 장소였다. 추 대표께서도 시원시원하게 바로 오케이 하시더라.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이름을 바꾸기 어렵겠지만 ‘민주당’을 약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됐다.”
―그럼에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당 내부 차원에서 논의가 없었나.
“없었던 게 아니다. 총선을 전후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양 쪽에서 제안이 있었다. 국민의당에서는 ‘민주당’의 이름을 안 쓰고 합당하자는 얘기가 있었고, 정 어려우면 저만 선대본부장으로 합류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수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총선 당시 더민주당 측에서도 통합의 논의가 있었지만 김종인 당시 비대위 대표의 방향이 저희들과는 맞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것이다. 저희 나름대로도 통합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수임기구를 구성했다.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 있었다.”
―국민의당 보다는 더민주당 측의 제안이 더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가.
“그건 아니다. 국민의당 쪽에도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여기는 분들도 많았다. 다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민주당’의 이름을 바꾸거나 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수용할 수 없는 곳과는 함게 할 수 없었다. 진정성 보단 역사성과 정체성의 문제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외 민주당 합류 후 ‘민주당’을 약칭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와 구체적으로 통합과 관련해 오간 내용은 없나.
“물론 저도 정당 생활 오래했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 (현실적인 지분 및 거래 여부 등을)왜 모르겠나. 하지만 저 스스로 전무후무한 통합이란 표현을 했다. 왜 이런 표현을 했겠는가. 보통 통합을 얘기하면 자리는 어떻고 지분은 어떻고 따졌을 것이다. 하지만 저 스스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기에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깔끔하다. 이런 통합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분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브랜드를 아무 조건 없이 선물로 가져왔다.”
―민주당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말하는 것인가.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이라는 브랜드는 수 천 억 원일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을 당시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 평당원들이 민주당을 지키고자 창당했다. 오늘 처음 얘기하지만 당시 새정치연합 내 권노갑, 김원기, 정세균 세 분께 이미 고지를 했다. 그 분들은 정치사를 잘 아시는 분들이다. 만에 하나 ‘민주당’의 간판을 엄한 사람들이 가져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를 지키고 언젠가는 야당이 정상화될 때, 다시 민주당으로 회귀할 때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귀향한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6년 만에 돌아왔지만 저는 줄곧 민주당만 했다. 꼬마민주당부터 통합민주당까지 말이다. 귀향이라기보다는 스포츠로 따지면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복귀한 것에 더 가깝다. 새정치연합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야권’이란 운동장이 있다고 치자. 저는 그 운동장 밖에 서있던 것이고, 이제 그 운동장 안으로 복귀한 셈이다. 귀향보단 1부리그 복귀로 해두자.(웃음)”
―이번 합당으로 인해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의 ‘대통합’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당연히 되면 좋다. 지금도 국민의당 사람들은 잠결에 누군가가 ‘당신은 어디 당인가’하고 물으면 ‘민주당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실상 범민주당이다.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합치고자 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최소한 당적 합당은 어렵더라도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융합이 필요하다. 어차피 야권은 힘을 합쳐야 한다. 더민주당과 합당 이후 (국민의당 내) 박지원, 천정배 의원, 김한길 전 의원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따로 연락도 드렸다.”
―하지만 이전 전례에서도 비춰봤듯 참 쉽지 않은 문제다.
“합당과 단일화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정몽준 당시 후보가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세상 일이 그런 거다. 지난 대선 단일화 역시 안철수 당시 후보가 결국 패를 던진 거다. 표를 얻기 위한 단일화, 한 사람만 빠지면 된다는 식의 단일화는 정말 좋지도 않고 평가도 못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2016.9.18 . 사진=연합뉴스
“진정성이다. 정권 창출 후에도 함께 잘 해나갈 수 있는지 그러한 마음과 배려가 없으면 어렵다. 이러한 마음과 배려가 있어야 진정한 민주 대연합이 가능하다. 저 스스로 1997년 DJP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 2010년 지방선거 야권 연합을 경험했다. 그것을 잘 이해한다.”
―지금 야권은 정권 재창출을 앞두고 제대로 된 대선 후보를 세우는 것이 역시 가장 큰 숙제다.
“대선 후보 선출의 방식은 이제부터 고민해야겠지만 이번 경선은 아름다운 경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디 하나 튀어나갈 분은 없다고 본다. 이미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상당 부분 진화했기 때문에 특별히 방식이 새로워지진 않을 것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 합리적 방식을 거쳐 선출되는 것, 보다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경선은 후보들이 다 멀쩡해서 재미있을 것이다.”
―유력 후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의 출마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김부겸, 안희정, 박원순, 손학규, 여기에 안철수 등 제법 경쟁력이 있는 야권 후보들도 즐비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와 원톱을 예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번 경선은 절대 무난하게 가지 않을 것이다. 딱 봐도 치고받을 줄 아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또 경선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만 그런 후보들이 즐비해도 문재인 전 대표가 무난하게 이긴다? 그럼 정말 그 분은 자격이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김민석이라는 정치인은 한 때 386세대를 대표하는 원 톱이었다. 반면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측으로의 이동 탓에 여전히 철새 이미지가 강하다. 이 벽을 허무는 것이 현재 본인의 숙제기도 할 것인데.
“당연하다. 나 아직 젊다. 사실 지금 당장 초선을 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다. 경험을 제법한 아기일 뿐이다. 그 동안 경험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오히려 어려운 수업을 빨리 받았다고 본다. 이제 차분하게 하려 한다. 물론 되도록 욕먹을 짓 안 하고(웃음). 이제 (2002년 대선) 당시의 일에 대해 차분하게 말씀 드릴 기회도 생기지 않을 까 싶다. 잘 못한 부분은 욕도 먹고 이해받을 부분은 이해를 받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이번 통합의 주역인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도 노무현 대통령과 척을 진 경험이 있다. 묘한 공통점이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공교롭게 열린우리당을 안 했다는 것이다. 추 대표와 이번에 얘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옛 인연 때문이다. 15대 당시 추미애, 정세균, 김한길, 정동영, 신기남, 정동채 그리고 저 이렇게 7명은 DJ가 발탁한 사람들이다. 모두 저보다 10년 위의 선배들이지만 함께 어울렸다. 이 분들과는 지난 10년간의 야권 분열에 대한 아픔의 공감대가 있다. 이 분들께 늘 얘기한다. ‘어떻게든 이 분열의 역사를 우리 손에서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현재 당내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제가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은 굳이 제가 당직을 할 필요도 없고 안 해도 관계 없기 때문이다. 절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저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부탁이 있으면 안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좀 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당에서) 역할을 제안한다면 그 때 가서 상의하면 될 문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