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들의 동교동 행이 줄을 잇고 있다. 5월 20일 DJ와 만난 손학규 전 지사. 국회사진기자단 | ||
또 대북정책 등 평화문제가 연말 대선구도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7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DJ의 동교동 자택은 벌써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범여권 주자 중 DJ의 자택을 방문한 첫 주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였다. 손 전 지사는 지난 20일 동교동을 예방해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등 대북정책 등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친노 주자인 김혁규 의원은 25일 DJ를 면담했다. 김 의원 역시 자신의 방북 성과와 남북문제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DJ는 이날 김 의원과의 면담에서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여야 일대일 대결을 바라고 있다”고 말해 범여권 대통합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26일에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교동을 방문했고 김근태 전 의장도 예방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친노 주자인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도 DJ와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선주자들은 겉으로는 DJ의 평생 숙원사업인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며 DJ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그 속내는 따로 있다. 지지율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이들 주자들에게 호남과 민주평화세력들에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DJ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DJ의 동교동 자택이 이들 대선주자 등 정치인들의 예방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함수관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DJ는 이들 대선주자 중 누구를 적임자로 꼽고 있을까. 정치 9단인 DJ는 좀처럼 대권 복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찾아온 손님에겐 누가됐건 ‘덕담’을 건네는 것으로 유명하다. DJ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지 못한 대선주자들은 “DJ가 나를 지원한다” 등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곤 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DJ의 정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이번 대선에서도 그가 드러내 놓고 특정주자를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계를 은퇴한 그가 대선에 개입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시달릴 수 있고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했을 경우에는 또다른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DJ는 동교동 문호를 개방해 찾아오는 대선주자들에게 ‘훈수’를 두면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끝까지 대선정국을 관망하는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