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9일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5명(왼쪽부터 고진화 원희룡 박근혜 이명박 홍준표 후보)이 광주 정책토론회에 앞서 공정선거를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답변 시간이 짧아서 준비한 답변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또 1 대 4로 일방적인 공격을 받다보니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다.”
이명박 전 시장 캠프 측 관계자는 지난 5월 29일에 열린 1차 정책토론회에 대해 첫마디로 이렇게 자평을 했다. 점수로 따지자면 70~80점 정도를 줄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타 후보들로부터 일방적 공격을 받을 것이 뻔했는데도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점에 대체로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은 워낙 온몸에 콘텐츠가 소화되어 있는 분이다. 정책토론에 관해서라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체적 평가는 어느 정도 ‘대외용’인 면이 적지 않다. 1차 토론회 직후 이 전 시장의 캠프 내에서도 정책토론회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고 전해진다. 물론 정책토론회에서만큼은 1 대 1이 아닌 1 대 4 공격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지나친’ 자신만만함이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일정 부분 반감으로 작용한 면도 없지 않다는 평가다.
그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측의 평가는 어떠할까. 예상대로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예상 외로 실수를 많이 한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다. 더 나아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까지 내린 분위기다.
박 전 대표가 더 잘했다는 반응이 높게 나온 1차 정책토론회에 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관해서도 양 주자의 반응이 엇갈렸다. 박 전 대표 측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의 평가대로 국민들도 냉정하게 지켜본 결과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표본수가 너무 작았다. 이를 여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이 나름대로 자찬하면서도 불만스러운 구석이 있는 만큼 승부는 앞으로 벌어질 토론회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책토론회로 인해 한층 바빠진 이들은 캠프 내 공보담당자들이다. 토론회 직후 이들은 토론회에서 후보가 내놓은 멘트에 대한 보완 답변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사무실을 찾아간 지난 30일 오후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느라 매우 정신없어 보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완 공보 특보의 휴대전화는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1분이 멀다하고 울려댔다. 그는 급한 전화를 받느라 의자에서 몇 번이고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해야 했다. 마침내 짬을 낸 김 특보는 “이 전 시장이 경부운하의 효용성에 대해 거론하며 갑자기 관광분야 쪽으로 화제를 돌린 것은 스스로 경부운하의 맹점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짚고 넘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국회 안에서는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이 경부운하 계획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토론회와 정책 비판을 연계시켜 나간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 전 시장 캠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100명이 넘는 매머드 자문단을 최근 구성한 이 전 시장 측은 경부운하에 대한 비판론을 정면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는 한편 앞으로 벌어질 토론회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양 주자는 정책 토론회에 앞서 정책을 만들고 다듬는 데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준비를 한다.
이 전 시장은 사전에 실전 상황과 비슷한 리허설까지 했다고 한다. 다른 네 명의 주자를 대신해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진수희, 심재철 의원 등이 참여해 모의 정책토론회를 하고, 서울 양평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연습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 철저히 숙지한 탓에 이 전 시장은 실제 토론회에서 거의 준비 자료를 보지도 않고 대답을 술술 내놓았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이 타 후보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좋은 질문이다. 감사하다”라는 멘트를 내놓은 것 역시 ‘전략적’인 멘트이기도 했으나 질문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이번 토론회에서 군더더기 없는 ‘필요한’ 대답만을 내놓는다는 것이 전략이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실제와 같은 사전 리허설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준비한 자료를 숙지하는 것에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의원은 기자에게 “주제가 경제 분야였던 만큼 막연하게 이 전 시장이 더 잘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깨고 박 전대표가 완승했다고 보고 있다”며 그 이유로 “박 전 대표는 야당 대표로 일하면서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와 경쟁하고 토론을 해왔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생중계 TV토론이라는 점은 후보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두 시간이 넘게 TV 화면에 비쳐야 하기 때문에 사소한 표정이나 행동도 시청자들에게 크게 각인될 수 있어 양 캠프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 전 시장에 비해 박 전 대표가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단아하고 신뢰감 있는 외모가 TV를 통해 더 많이 어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목소리가 작은 것이 단점이지만 대중연설장이 아닌 방송에서는 나직하고 조근조근한 박 전 대표의 목소리가 더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기관지가 좋지 않은 이 전 시장은 다소 탁하고 허스키한 음성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이 전 시장 측 조해진 특보는 “평소에 목 상태에 좀 더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