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중인 이정현 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집권 여당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먼저 단식농성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야 3당이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히려 야권과 밀실거래를 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과거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단식까지 했던 사람이 국회의장 되더니 날치기에 앞장섰다. 중립 의무를 지킬 의지가 없는 분은 국회의장 자격이 없다. 정 의장의 사퇴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계속하겠다.”
- 벌써 단식 농성 2일차다. 건강에 문제는 없나?
“단식은 처음 해보는데 계속 좀 어지럽고 그렇다.”
- 정 의장의 사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회정상화를 위해 정 의장의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선에서 단식을 중단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제가 지금 흥정하면서 장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냥 어영부영하려고 했다면 시작도 안 했다. 저는 반드시 정 의장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단식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 정 의장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다.”
- 정세균 의장 측은 국회법에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한 조항이 있지만 중립의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의장의 경우는 여당 출신이지만 오히려 여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지만 여야 합의가 안 된 사안은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은 객관적으로 의사진행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해선 안 된다.”
-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가 이 모든 사태의 발발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고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여당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해야 할 사안인가 의문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이미 모두 해명이 됐다. 한 야당 의원이 김재수 장관이 금리 1%대로 대출을 받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6.6%로 받았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야 3당은 해임건의안 통과를 강행했다. 거야(거대 야당)의 횡포다. 이런 횡포가 이번으로 끝나겠나? 지금 바로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특히 국회의장이 특정정당의 편을 들면서 의회주의를 파괴했는데 이를 바로 잡는 일 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 단식 투쟁 기간이 하필 국정감사(국감) 기간과 겹쳤다. 국감은 국회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정 의장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감 기간을 연장한다든지 국감 파행에 대한 대책은 따로 있나?
“이번 단식 투쟁은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다. 앞뒤 따지며 계산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이 아니다. 또 야당은 이렇게 국회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행정부 불러다가 따질 자격이 있나? 국감보다 거야의 횡포를 바로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과거 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었다. 당시 야당의 보이콧과 현재 새누리당의 보이콧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거야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지난 두 달 사이 추경 약속 파기와 각종 날치기 통과 등 야당이 곳곳에서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는 국회 존립의 문제다. 과거 야당이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국회를 파행시키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국감 복귀를 선언했다. 당 내부에서도 국감 파행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데?
“그 문제는 원내대표단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 김 위원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있는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그 문제는 원내대표단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 대표께서는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신다. 단식 투쟁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따로 연락은 없었나?
“야당에서는 제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단식 투쟁은 대통령과 상관없이 제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연락한 적이 없다.”
- 야당에선 이 대표가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감을 파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대정부질문을 통해서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했고 성명과 논평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했다. 그리고 저희가 언제 국감을 안 한다고 했나? 국감이 열리면 언제든지 다 할 수 있는 이야기고 또 이런 문제가 국감이 아니면 못하는 이야기인가? 오히려 자기들이 더 이상 밝혀낼 것이 없으니까 야당이 이런 식으로 국회 파행을 유도한 것이라고 본다.”
- 만약 정 의장이 실제로 사퇴한다면 후임은 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선택하는 것이지 제가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세균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모든 의원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