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박근혜 전 대표의 후보 검증 접근에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흰색’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네거티브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 시장이 기업가 출신으로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었던 것에 비해 박 전 대표는 1990년 대 ‘은둔기’를 지나 1997년 말 이회창 후보를 도우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별다른 검증거리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약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몇 가지 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박근혜 CD’를 거론할 수 있다. 당 주변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2002년 탈당 및 복당 과정에 대한 의혹 ▲육영재단 구국봉사단과 관련된 최태민(94년 사망) 목사 문제 등에 관한 자료 등이 담긴 ‘CD’를 이 전 시장 측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방식의 네거티브보다는 정책승부로 가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데 최태민 목사 의혹은 오래 전 일이라 의혹 규명이 쉽지 않고 비리와 관련해 최 목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친국’까지 받았지만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전 시장 측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의혹을 제기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표도 최 목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의혹이 많이 나왔지만 그분이나 저나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꾸 그렇게 몰아세우느냐”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한 ‘친이’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누구를 보좌진으로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한때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최 목사의 사위 J 씨가 계속해서 박 전 대표의 뒤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옛날의 어두운 과거를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J 씨는 박 전 대표가 정치 입문을 하기 이전부터 가장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지난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갈등을 빚으면서 탈당한 뒤 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항상 박 전 대표의 든든한 참모로 활동했었다. 박 전 대표가 정치 입문을 한 뒤 독일 등 해외순방을 할 때도 항상 곁에서 그를 지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J 씨는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수장이 되면서 ‘공식 라인’에서 사라졌다. 당시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기자들도 “2004년을 전후로 전화번호가 바뀌고 비서실장직에서 사라진 뒤 잠행해버려 그를 접촉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J 씨는 그 뒤로도 계속 박 전 대표의 정치 참모로 일했던 흔적이 발견된다. 먼저 J 씨는 박 전 대표의 비밀사조직으로 알려진 ‘강남팀’을 운영하면서 대선 경선 관련 전략 보고서 등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일요신문> 783호 5월 20일자 참조).
그리고 J 씨는 17대 국회 상반기인 지난 2006년 8월까지 박근혜 의원실의 ‘입법 보조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밝혀졌다. 입법 보조원이란 각 의원실에서 2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 무급으로 활동하며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돕는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J 씨는 17대 국회 상반기에 박근혜 의원실의 입법 보조원으로 등록이 돼 국회 출입증을 발급해주었다. 그런데 17대 국회 하반기인 2006년 8월 이후에는 입법 보조원으로 등록을 하지 않아 출입증을 발급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대표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에 오르면서 공조직 중심으로 당을 이끌겠다는 판단 아래 J 씨는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 뒤로 공식적으로 그는 박 전 대표의 정치참모는 아니다. 그가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어서 지금 우리도 접촉할 수 없다”라고 밝히면서 “입법 보조원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국회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출입증 발급을 위해서 신청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박 전 대표 사무실에 출입했던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참모 라인에서 배제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J 씨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J 씨가 오랫동안 박 전 대표를 보좌해왔던 사람으로서 대표님을 돕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문제될 것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재직 때의 문제점도 이 전 시장 측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1980년 3월 신군부의 양해 하에 영남학원의 이사를 맡은 후 4월 24일 방년 29세로 영남학원 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 해 학내 구성원의 반대와 민주화로 이사장에서 물러났으나 1988년 11월까지 이사로 재직하다 학내 부정입학과 관련한 비리와 교원들의 복지기금에 의한 영남투자금융 주식매출 사건 등으로 국정감사를 받게 되면서 ‘박근혜 체제’는 퇴진했다. 이 전 시장 측이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검증해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박 전 대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때 섭외비 사용 내역과 탈세 의혹 부분,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해서도 재직 때의 문제 등은 검증 대상으로 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