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1일 공정경선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8000억 원대 차명재산설과 투자운용회사 BBK 사기사건 연루 의혹 등을 잇달아 ‘터뜨리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의혹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데 이 전 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았다”며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충격은 전격적인 해명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이 전 시장은 ‘재산 검증’ 논란이 격화되던 지난 6월 6일 밤늦게 갑자기 참모들을 호출했다고 한다. 재산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다음날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이 전 시장은 상당히 격앙된 상태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고 박 전 대표는 뒤로 물러나 있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 시장만 괜히 직접 대응을 한다면 그 책임이 곧바로 전해져 앞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직접 해명에 반대했다. 대신 선거대책위원장인 박희태 의원이 해명 회견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이 “이대로 가다간 아무런 문제가 아닌 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이 직접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해명 기자회견은 그런 이유 외에 이 전 시장이 ‘뒤에서 숨어서 조종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더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나는 내가 직접 책임 있게 해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도 의혹을 제기하려면 직접 본인이 얼굴을 내놓고 책임 있게 하시라’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이 전 시장의 강공에는 그가 검증 국면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산을 하고 박 전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은 곽성문 의원 등이 주장한 의혹을 듣고 나서 그것이 어떤 근거나 충분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차명재산 논란도 김유찬 전 비서관이나 정인봉 변호사가 제기했던 무차별 의혹 살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전 시장 측은 6월이 되면 박 전 대표 측에서 후보 검증을 지지율 만회 작전의 마지막 모멘텀으로 보고 총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그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막상 박 전 대표 측의 1차 공격이 있자 이 전 시장 측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실 이 전 시장 측은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대비해 그동안 박 전 대표에 관한 후보 검증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박 전 대표 측의 선제공격에 대해 이 전 시장 측도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았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출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박 전 대표 측의 첫 공세는 어느 정도 팩트를 확인한 것이 아닌 시중의 소문을 ‘난사’하는 수준이라 이 전 시장 측도 예상 밖의 일에 꽤 당황했던 것 같다. 캠프 일부 관계자들은 연일 언론에 이 전 시장의 차명재산설이 크게 보도되자 마치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 초기에 맞대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사실 이 전 시장 측도 그동안 박 전 대표의 검증에 관한 상당한 자료를 축적해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서 공세를 펼치자 준비한 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물론 지지율 1위로서 맞불을 놓아 진흙탕 싸움을 할 경우 이득이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전 시장까지 직접 나서서 해명 기자회견을 할 정도가 된 이상 적극적인 반격을 했어야 했다. 아마 이 전 시장 측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박 전 대표에 관한 검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전 시장 측의 본격적인 반격이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맞불작전을 펼칠 불가피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경선 국면을 관리하기 위해 박근혜 X파일을 비상용으로만 검토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 투척할 수류탄으로 용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전략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이 한나라당 경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6월 11일 이후부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을 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병역 의혹과 사생활 등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으로서는 후보등록 후에는 이 전 시장이 탈당해서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링 안에 서로를 묶어놓고 싸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후보 검증에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곽성문 의원이 제기한 8000억 원대 차명재산설보다 더 강력한 ‘무엇’이 계속해서 튀어나올 것이란 얘기다. 이럴 경우 이 전 시장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 박 전 대표를 공격할 ‘꺼리’를 공개할 상황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 전 시장측이 확보하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일일이 검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 측은 앞으로 박 전 대표에 관한 대대적인 후보 검증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8월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에 짙은 전쟁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과연 그들은 ‘내전’을 이겨내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