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2일 김근태 전 의장이 대선 불출마 및 탈당선언을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런 가운데 범여권 유력주자였던 GT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킹메이커로 선회함에 따라 범여권 대선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GT의 기득권 포기에도 불구하고 탈당 후 본격적인 대권활로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DY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권 라이벌 관계였던 DY와 GT가 각각 킹과 킹메이커로 진로를 확정할 경우 두 사람은 새로운 관계 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 사람이 비록 대통합이라는 총론에는 의기투합하고 있지만 대통합 주도권 및 새롭게 재편될 범여권 대선구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분을 양분해 온 최대 계파 수장이자 범여권 대권주자였던 DY와 GT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두 사람은 2004년 7월 입각 과정에서는 대선주자로서 입지 확보가 유리한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고 지난해 2월 전당대회 때는 당 의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대권 라이벌이자 경쟁자 관계였던 두 사람은 범여권 대선구도와 맞물려 갈등과 상호 협력을 반복해 왔다.
DY와 GT는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을 배제한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하면서 연대를 과시하는 동시에 지지부진한 범여권 빅뱅정국에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했다. 사실상 두 사람은 이때부터 ‘반노무현’을 기치로 탈당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두 사람의 통합 신당 플랜은 최근 문희상 전 의장과 정대철 고문이 동참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른바 문(문희상)·근(김근태)·영(정동영)으로 불리는 세 명의 전직 당 의장이 제3지대 대통합론에 합의한 이후 8일(16명)과 15일(17명) 대규모 탈당이 결행됐다. 더구나 GT는 대통합 전도사 역을 자임하며 전격적으로 대선불출마 선언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현재 문·근·영과 정 고문 중 DY를 제외한 세 사람이 이미 탈당했고 DY도 조만간 대통합 작업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대통합신당은 범여권 빅뱅 정국을 주도할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킹과 킹메이커 놓고 중진그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여부다. 문 전 의장과 정 고문은 중진 역할론을 강조하며 대통합신당을 출범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신당을 매개로 범여권 세력을 하나로 집결시킨 후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논리다.
▲ 지난 5월 22일 정동영 전 의장의 책 출판기념회. 왼쪽부터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 손학규 전 지사, 한명숙 전 총리. | ||
범여권 주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한 GT와 만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고 대통합의 밀알이 되고자 대권을 포기한 그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GT가 비록 대권은 포기했지만 더 많은 정치적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범여권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누구를 내세워도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GT의 기득권 포기는 명분은 명분대로 얻고 실리도 취할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탈당파인 K 의원은 “대통합신당이 성공적으로 창당될 경우 GT가 당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경우 범여권 대권주자들은 GT에게 뜨거운 구애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천정배 의원은 14일 모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GT를 중심으로 해서 대통합을 해야 된다”며 “GT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권 안팎의 민생평화개혁 사람들을 다 모아 결국 신당도 만들고 대통령 후보 선정에 필요한 경선규칙을 만드는 등의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할 수 있다”고 말해 GT에게 한껏 힘을 실어줬다.
GT와 경기고 서울대 동기동창인 손 전 지사도 14일 회동을 통해 과거회귀 냉전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평화개혁세력 집권을 이루기 위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범여권 주변에선 손 전 지사가 대통합 작업에 동참할 뜻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고 이렇게 될 경우 대통합신당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GT와 DY의 관계 설정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GT와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DY는 GT의 기득권 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대망론을 묵묵히 펼쳐나간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DY는 조만간 계보 의원들과 탈당을 결행한 후 당분간 중진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대통합 작업을 지켜보면서 제2의 대권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T의 불출마 선언으로 범여권 대선구도는 손 전 지사와 DY, 친노그룹 대표주자로 부상한 이해찬 전 총리의 3파전 양상으로 초반 레이스가 전개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에 남아 독자적으로 대권행보를 걷게 될 경우 대통합파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대선구도는 손 전 지사와 DY간의 양자대결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합 주도권은 물론 범여권 대선구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GT의 선택에 따라 손 전 지사와 DY의 대권 운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킹 대신 킹메이커로 선회한 GT가 동기동창인 손 전 지사와 정치적 동지로 때론 경쟁자로 동병상련의 애증을 함께한 DY 중 누구를 범여권 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지 그의 최종 선택이 자못 궁금하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