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사태가 두 사람의 농담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민주당은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극심한 내부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친노와 반노, 비노 그룹으로 갈려 내분을 치른 후유증이 대선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급기야 소속 의원들을 공신과 역적으로 나눈 ‘살생부’까지 나도는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번 살생부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역적’으로 몰린 의원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무신경파’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철부지들의 장난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면 더 모양새가 이상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격분파’도 적지 않다. 이들은 선거기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무현 후보를 도왔는데 자신의 평가가 ‘역적’으로 나온 것에 대해 매우 흥분한 상태다. 또 다른 부류는 ‘소신파’. 이들은 자신들의 ‘역적행위’가 소신에서 비롯된 정치행위라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그래서 ‘역적’으로 몰리더라도 얼마든지 떳떳하게 자신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공신’으로 분류된 의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인터넷에서 유포된 검증 안된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증폭’시킨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살생부의 자의적인 등급 책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의원들은 “선거기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 후보를 피땀 흘려가며 도운 것을 모두가 아는데 왜 우리들이 낮은 등급의 공신으로 분류되었는지 서운하다”라고 말한다.
높은 등급을 받은 몇몇 의원들에 대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인수위측에서도 보도자료를 내놓고 적극 대응할 태세다. 인수위측은 “살생부를 여러 신문이 의원 이름까지 적시해 보도한 것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숱한 문건 중 하나에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살생부 파문이 야당을 향한 정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지난 1월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 내부에서 공신이니 역적이니 하면서 보복정치를 하는 것은 정계개편의 서곡”이라며 “야당에 대해선 더 큰 보복의 칼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갖가지 논란과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민주당 살생부 파문. 대체 누가 왜 이런 문건을 만든 걸까. 과연 살생부는 숙정의 예고편일까, 아니면 언론이 과대포장한 ‘낙서’에 불과한 걸까. 문제 살생부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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