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대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설 한 편, 올해 4월 자전적 에세이 형식의 글을 게시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경찰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살해 계획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 역시 자신이 쓴 소설을 올린 뒤부터였다.
특히 성병대는 소설을 통해 생계가 어렵다는 사실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주목할 점은 소설의 경우, 성병대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생계가 곤란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에세이의 경우 전자발찌 부착 명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에 올라왔다.
그는 두 편의 글을 올린 뒤부터 경찰관 피격 사건 발생 전날까지 “경찰이 위치정보를 활용해 자신을 감시한다” “경찰이 주민을 매수해 폭행‧성폭행 사건을 일으키도록 부추긴다” 등의 글을 꾸준히 게시하다 급기야 경찰관 살해 계획 및 예고를 올렸다.
성병대가 지난 2015년 10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소설.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부터 경찰에 대한 불신과 전자발찌부착 명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성병대는 페이스북 등 SNS에선 성현우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소설 <아귀>
성병대는 지난 2015년 10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설 <아귀>를 올렸다. 부록 <임진왜란과 친일파>를 포함해 총 481페이지에 달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본으로, 주인공 ‘오시오’와 등장인물 모두 일본인이다. 성병대는 소설 도입부에서 주인공에 대해 “오시오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자다”라면서도 “오시오가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 경위는 성범죄 유죄판결에 따른 형 집행과 전자발찌 법 소급적용으로 인해 출소 후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느 성범죄자처럼 보면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적었다.
이후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정황과 교도소 수감생활에 대한 서술, 가족과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후 점차 경찰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경찰이 위치정보를 활용해 주인공을 음해하고 있으며 주민들을 위장시켜 폭행 또는 성폭행 사건을 일으키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식의 불만이 나온다.
소설 후반부는 화성연쇄살인부터 지난해 이슈가 됐던 각종 살인, 성폭행 사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다 끝을 맺는데 “모든 사건들에는 ‘부패경찰’이 연루돼 있고 그들이 조작했다”는 식의 주장이 이어진다.
이 소설이 성병대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이후부터 경찰에 대한 욕설과 전자발찌 부착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성병대의 첫 게시물이 올라온 2013년부터 앞서의 시점까지는 경찰에 대한 욕설이나 별다른 불만 글은 없다.
#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있는 자의 선택’
성병대의 페이스북에서 소설 <아귀>에 대한 언급은 올해 4월 다시 등장한다. 사실은 아귀가 성병대 자신의 이야기이며, 왜 소설을 썼는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그 글은 지난 4월 2일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자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다. 성병대는 이 글에서 “소설 <아귀>는 지난 2015년 5월 마지막 직장을 그만둔 후 하루 3시간 정도 간간히 집필했다”며 내가 왜 강간누명을 쓰고 수감생활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에세이에서 “경찰의 방해로 출소 이후 자영업도, 직장생활도 할 수 없었으나, 방세와 식료품 구입 같은 생활비는 매월 소비된다”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병대는 “안전문제와 경찰이 자신을 또 다시 범죄자로 만들기 위한 ‘유인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은 그만 뒀다”고 말했다.
특히 성병대는 마지막 직장을 그만 둔 이후 “저금리로 1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했고, 상당액은 주식투자에 사용했다”며 “부패친일 경찰이 주식전문가들을 매수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을 표적으로 작전주를 펼치게 해 큰 손실을 봤다”며 경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에세이에는 전자발찌에 대한 설명과 위치 정보를 활용한 ‘유인작전’에 대한 불만이 크게 드러나 있는데, 성병대가 이 에세이를 올린 시점은 지난 2014년 1월 20일 내려진 ‘5년 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에 불복해 대구고등법원에 낸 항고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이다.
대구고법은 지난 4월 19일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타당하다고 결정했고, 성병대는 대법원에 재항고 했지만 6월 스스로 취하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확정됐다.
성병대는 이 에세이를 올린 이후인 지난 4월 27일 “너희들(경찰)이 나를 다시 수감시키기 위해 그동안 폭행사고 유도작전, 생계형 범죄 유도작전을 펼쳐 왔으나 나는 그 트릭에 넘어가지 않았다”며 “대신 나의 은행 계좌에 생활고에 대한 후원금으로 5000만 원을 입금시키면 그 돈이 입금된 뒤로부터 두 달 안에 내가 내 스스로 전자발찌를 끊어 나를 구속시킬 수 있는 명분을 너희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성병대의 생활고는 점차 심해졌다. 실제로 서울 강북구청과 번1동 주민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병대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25만 5200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 받았다. 최대 3개월로 명시된 지원이 끊기자 성병대는 지난 9월부터 다시 생활고에 시달렸다. 또한 그는 최근 4개월 간 25만 원의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같은 시기 휴대전화도 착신이 정지 됐다.
성병대는 그동안 경찰과 전자발찌부착 명령에 대한 불만 글은 지속적으로 올렸고, 경찰관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를 것을 예고한 뒤 지난 19일 경찰관을 사제총으로 피격해 숨지게했다.
이에 대해 성병대를 조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앞서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확인 중”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강북서는 지난 20일 성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