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 | ||
문제는 한 일간지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안 의원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어 당내 ‘인적 청산’을 위한 연판장을 돌릴 것이라고 보도한 것. 여기에 거론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잠깐 나가자”며 회의장 밖 의원휴게실로 안 의원을 데려갔다. 그리곤 대뜸 “당 제도 개혁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인적 청산 운운하며 선배들을 매도하느냐”며 멱살을 잡았던 것.
당황한 안 의원은 “그분들을 청산대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료 의원들의 만류로 해프닝은 끝이 났지만 이날 싸움은 한나라당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리플레이’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2월13일 기자는 안영근 의원을 찾았다. 그는 한눈에 봐도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러면서 “언론보도가 잘못된 점이 있다. 멱살을 잡힌 것이 아니고 두어 번 밀린 것뿐이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 기사를 쓴 기자와 5초 정도 얘기한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런 기사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못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어제의 일을 겪고 나서 당내 상황에 대해 “희망이 없다”며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부패정치의 본산이고 수구냉전 논리와 보수원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에게 비전은 없다. 그들을 청산하지 않고 당내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현실정치에 대안 없는 딴죽걸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대여정치도 네거티브로 갈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은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의 갈등에 대해 “이젠 지겹다”며 혀를 내둘렀다. 민주당 개혁안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 당은 원래 이런 식이다. 개혁대상이 개혁을 하려고 하니 무슨 일이 되겠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려는 당내 상황이 이젠 정말 지겹다. 우리 당은 이제 완전히 딴나라당”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탈당은 생각중이다. 하지만 여당에는 절대로 안 간다. 무소속으로 남든지 신당을 만들어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