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명동성당이 하느님 땅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반문했습니다. ‘독도가 우리 땅입니까’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어째서 독도가 우리 땅입니까, 하느님 땅이지.’제 말은 관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화의 성지와 밥그릇 싸움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 백남용 신부 | ||
백 신부의 말문은 다시 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돌려졌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간호조무사 첫 월급이 1백45만원 정도 되더군요.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성당의 주임 신부인 내가 10년 넘게 신부직을 수행했지만 한 달에 1백58만원 받습니다. 저들이 사회적 약자입니까. 민주투사입니까. 불법 파업을 하고 있는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현재 명동성당에서 4개월째 농성 중인 보건의료노조와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조원들을 향한 공격이다. 사실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조는 현재 명동성당 내에서 단순히 공권력을 피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의료원측이 파업의 대화 상대로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주교는 가톨릭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가톨릭대학교의 부설 병원이다.
“종교문제는 종교 논리로 풀고, 노사문제는 노사 논리로 풀어야 합니다. 명동성당이 병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젭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으로부터) 1원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노조가 성당측을 대화 상대로 꼽은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명동성당은 2000년 말 한국통신 노조의 성당 농성 당시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 다른 노조의 성당 농성 때는 매번 퇴거 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권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1백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차수련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성당 농성중에도 크고 작은 마찰이 있어왔다”며 “하지만 이번 공권력 요청 경고는 스스로 약자들의 성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