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28)이 최근 마약복용 혐의로 수사를 받아 주변을 놀라게 했다. 유진 박은 지난달 중순 부모님이 직접 운영하는 이대 근처 재즈바 ‘버드랜드’에 연주를 하기 위해 들렀다가 들이닥친 7명의 강력반 형사와 마주쳤다.
이날 서울 용산서에서 출동한 형사들은 유진 박이 마약을 한다는 믿을만한 제보를 갖고 있었다. 제보자는 놀랍게도 유진 박 자신. 연예인들이 마약혐의로 줄줄이 조사를 받을 당시 유진 박 스스로가 이 카페 손님들에게 “나도 마약을 한다”며 떠벌렸던 것.
이 사실을 알고 뒤늦게 가게에 도착한 그의 어머니 이장주씨가 “유진은 마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형사들은 그를 상대로 도핑테스트용 머리카락을 채취하고 심문조사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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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 ||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떠벌려서 우리도 참 곤혹스러웠죠. 심지어 아는 다른 가수들까지 마약을 한다고 헛소리를 했나봐요. 그게 다 유진이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신경정신과 치료를 예전부터 받아왔지요.”
이씨는 아들 유진 박이 “현재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으며, 환각도 종종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에 따르면, 유진 박은 절대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환각상태에 빠져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는 얼마 전 개봉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 과학자 내쉬가 앓던 것과 같은 병. 유진 박의 정신분열증상은 그가 음악으로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줄리어드음대를 다니던 17세 때 처음 발견됐다.
“유진이 야외 연주회를 가진 어느 날이었어요. 오후쯤 학교에서 전화가 왔죠. 유진이 자기 공연시간뿐 아니라 다음 순서 연주자 시간까지 몽땅 뺏어 연주를 했다는 거예요. 아마 자기도 모르고 그렇게 한 것 같다면서, 정신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하더군요. 순간 하늘이 노래졌어요.”
몇군데 신경정신과에 들러본 결과, 주변의 우려대로 그는 일종의 정신분열증에 걸려 있었다. 학교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학기 중간 클래식을 관두고 전자바이올린으로 전공을 바꾸겠다고 유진 박이 고집을 부렸을 때, 부모는 반대할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 그의 유일한 표현수단이 바로 전자바이올린 연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진이를 사로잡고 있는 그 이상한 에너지는 사용하기 나름이래요. 사람을 해치는 악한 기운이 될 수도 있지만 얘처럼 음악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도 있는 거죠.”
현재 함께 ‘쨈’ 공연을 하고 있는 타악기 연주가들에 따르면, 유진 박은 무대에 설 때만큼은 완벽한 프로페셔널의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어떤 음악이든 음을 정확하게 잡고 들어갈 뿐 아니라, 독창적인 변주를 하는 끼를 발휘한다는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대 아래 일상으로 내려오면 순수한 철부지 아이로 돌아간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할 정도. 식사하고 길을 걸어가는 것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기자가 부모와 만나고 있는 동안 유진 박은 한층 예민해져 있는 듯 보였다. 인터뷰 도중 유진 박은 갑자기 “여자친구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냐고 묻자, 어머니 이씨는 그에게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유진 박은 계속 영어로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씨는 “최근 사귀던 여자친구가 일방적으로 떠나버려서 조울증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그 와중에도 유진 박은 계속해서 “스노보드를 잘 타는 여자친구가 있노라”고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그의 아버지 박성유씨는 “견디지 못하고 떠난 거지. 정신이 저러니 누가…”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유진 박은 최근 서울 부산 울산 마산 등 4개 도시에서 단독무대를 가질 정도로 연주활동만큼은 왕성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어머니 이씨는 “조만간 ‘버드랜드’를 팔고 아들의 매니지먼트에만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큰 무대는 아닐지언정 아들을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진 박 역시 “나를 찾는 곳이라면 길거리에서라도 공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형사들이 다녀간 지 열흘이 지난 5월 말 유진 박에 대한 경찰의 마약반응 검사는 실제로 ‘음성’으로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