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스 스캔들에 연루됐던 린다 김, 모니카 르윈스키, 마릴린 먼로, 정인숙(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 ||
조선시대 최대의 섹스 스캔들은 세종 9년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은 유감동 사건이다. 그는 당상관 유귀수의 딸로 무안군수와 평강현감을 지낸 최중기에게 출가한 명문가의 유부녀였다. 이런 유감동이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바로 간통죄 때문.
당시 유감동이 관계를 맺었다고 이실직고한 남자의 수만 무려 39명이며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도 수십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조정을 놀랍게 했던 것은 그가 관계를 맺었던 남자들 중 일부가 정승 판서나 왕족 등 당시 조선의 내로라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섹스 스캔들은 70년대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정인숙 사건’과 90년대 문민정부 말기에 터진 ‘린다 김 사건’이다.
‘정인숙 사건’은 1970년 3월 17일 서울의 한 산자락에서 미모의 여인이 총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숨진 여인의 가방 속에서는 정치계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는 장부가 발견됐다. ‘정인숙 리스트’로 불리는 이 장부 속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일권 전 국무총리, 이후락 전 비서실장 등 당대 최고의 권력자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정인숙과 이들의 관계는 어떤 것이냐’ ‘정인숙이 낳은 아들은 아버지가 누구냐’ 등으로 숱한 소문을 뿌리던 이 사건은 범인이 오빠인 것 이외에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대충 마무리됐지만 후에 정일권 당시 국무총리가 정인숙이 낳은 아들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화제를 생산해 내고 있다.
린다 김 사건은 1996년 문민정부 말미에 터진 사건이다. 당시 무기 로비스트였던 린다 김은 1996년 국방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의 납품업체로 ‘E시스템사’를 선정시키기 위해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이후 2000년에 이 장관이 린다 김에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잊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연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장관은 후에 “린다 김과 서울의 호텔 등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했다.
북한에도 ‘섹스 스캔들’이 있다고 한다. 탈북자로 모 언론사에 근무하는 강철환 씨가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남한에 정인숙이 있다면 북한에는 우인희라는 여인이 존재했다고 한다. 강 씨가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우인희는 70년대 북한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던 여배우다. 1970년대 말 당시 북한에 거액의 돈을 대주던 재일교포 사업가의 아들 주 아무개 씨가 나체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는 그 옆에 우인희가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채로 누워있었던 것. 주 씨의 사인은 가스중독으로 두 사람은 주 씨의 차에서 정사를 벌인 후 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우인희는 북한 당국의 심문을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알 만한 고위층에서 나를 안 건드린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며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고위층 간부들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당국에 의해 총살당했다고 전해진다.
서양에서는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해밀턴 부인의 스캔들이 가장 유명하다. 1805년 역사적인 트라팔가르 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적의 포화를 맞고 장렬하게 전사한 넬슨 제독은 죽기 직전 “해밀턴 부인에게 안부를, 주여 감사합니다. 전 의무를 다했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해밀턴 부인이란 그와 불륜 관계에 있던 여자로 당시 상류층의 여러 남자를 거쳐 해밀턴이라는 정계 거물과 결혼한 유부녀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 넬슨 제독과 사랑에 빠져 딸을 낳았다. 이 세기적인 사랑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크리스틴 킬러 스캔들도 유명하다. 1960년대 초 영국 국방 장관이었던 존 프로퓨모는 크리스틴 킬러라는 고급 콜걸과 관계를 맺으며 국가기밀까지도 함부로 털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인이 소련군 정보국 대위의 애인이기도 했던 것. 결국 이 사실이 탄로나면서 당시의 보수당 정권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정계 ‘섹스 스캔들’은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 먼로 사이의 스캔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퍼게이트’ 등이 있다. 케네디 대통령과 염문을 뿌린 마릴린 먼로가 자기집 침대에서 나체로 자살한 사건은 지금도 미스터리의 하나로 남아있고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이던 르완스키의 ‘섹스 스캔들’은 각종 포르노 영화로 패러디되며 전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톡톡히 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이었던 개빈 뉴섬(39)이 부하 직원의 아내와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사건이 아직도 화제다. 뉴섬 시장은 자신의 부하직원 알렉스 투어크의 부인인 루비 리페이 투어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에 대해 “이는 사실이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알렉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1년 6개월 전 비서로 일하고 있던 루비와 성관계를 가졌으며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이었다”고 변명했다.
현재 독일에서도 ‘섹스 스캔들’로 정계가 시끄럽다. 독일 출신인 귄터 페어호이겐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산업담당 집행위원(63)이 연하의 비서실장과 염문에 빠졌다는 주장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페어호이겐는 자신의 비서 페트라 에를러(49)를 자신의 자문팀원에서 비서실장으로 승진시켜 ‘애인 논란’에 휩싸였었고 그는 이 소문을 극구 부인해 왔었다.
하지만 페어호이겐 부부의 20년 지기 친구이자 정치인인 카트릭 푹스가 페어호이겐과 에를러가 지난해 1월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결국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페어호이겐의 변명을 옹호하던 메르켈 총리까지 궁지에 빠지고 말았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몽골 모델 살인사건이 말레이시아 정치계를 흔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숙했던 몽골 모델 샤리이부(28)와 현직 부총리의 친구이자 정치 평론가인 바긴다(47)가 불륜관계에 빠지면서 일이 벌어졌다. 바긴다는 사실이 폭로될까 두려워 지난해 4월 샤리이부에게 결별을 요구했지만 샤리이부는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고민하던 바긴다는 친구인 부총리의 비서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이틀 뒤 경찰관 2명을 소개받았다. 실종된 샤리이부는 실종 20일 만에 바긴다의 집 근처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군용 폭약으로 무참히 찢긴 사체로 발견됐다.
검찰은 바긴다가 살인을 교사하고 부총리의 경호대장 등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론의 시선은 차기 말레이시아 총리로 부상하고 있는 부총리에게 쏠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계도 최근 정계스캔들로 시끄럽다. 지난달 29일 중국의 진런칭(金人慶·63) 재정부장(장관)이 전격 경질됐는데 그 이유는 섹스 스캔들 때문이라고 홍콩의 언론들이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는 지난해 12월 부정부패 혐의로 한 당 관료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젊은 여성 기업인을 체포했다. 문제는 이 여성 기업인이 체포된 당 관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물론 다른 간부들과 육체 관계를 맺었다고 자백한 것. 이들 고위 간부들 가운데 진런칭 재정부장은 물론 지난 6월 기율 위반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켐의 천퉁하이(陳同海·57) 회장도 포함돼 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이 여성과 관계를 맺은 당 간부 중 일부는 권력을 남용해 사업 이권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은 문제의 여인이 미모의 학식과 교양을 겸비한 20대 ‘젊은 나비’라고 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육체파 모델로 명성을 날리던 도나 라이스라는 여자의 애정 행각이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1987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고 선두를 달리던 게리 하트 의원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하트 의원을 중도하차시킨 인물이다. 라이스는 그 뒤로도 모나코의 왕자, 록 스타였던 돈 헨리 등을 상대로 숱한 염문을 뿌렸다. 그는 그 후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남자를 통해서 얻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